한겨울 돌아온 ‘써머 퀸’ 씨스타19 “성적보단 행복”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4-01-16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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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돌아온 ‘써머 퀸’ 씨스타19 “성적보단 행복” [쿠키인터뷰]
그룹 씨스타19. 클렙엔터테인먼트
한겨울 돌아온 ‘써머 퀸’ 씨스타19 “성적보단 행복” [쿠키인터뷰]
효린이 부른 ‘마 보이’에 달린 댓글들. 유튜브 딩고뮤직 채널 캡처

“너희는 ‘하입보이’(Hype Boy)지만 우리는 ‘마 보이’(Ma Boy)였단다.”

유튜브 조회수 1700만뷰를 넘긴 가수 효린의 라이브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데뷔 직후 미국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린 K팝 루키와 비견되는 ‘마 보이’의 주인공은 그룹 씨스타19. 씨스타 멤버 효린과 보라가 이룬 유닛 팀이다. 여름에 히트한 노래가 워낙 많아 해체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써머 퀸’으로 소환되는 두 사람이 겨울 한파 속에 신곡을 낸다. 16일 발표하는 ‘노 모어’(No More)다. 컴백을 앞두고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씨스타가 여름 느낌을 주는 그룹이라면 씨스타19는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팀”이라며 “높은 순위보단 행복한 순간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신곡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열아홉 감성 노래하기엔 나이 지긋해져” 씨스타19는 지금

‘노 모어’는 씨스타19가 13년 전 발표한 히트곡 ‘마 보이’와 이어지는 노래다. 부제에도 ‘마 보이’를 붙였다. 효린은 “풋풋하던 관계(‘마 보이’)에서 이별을 경험한 후(‘있다 없으니까’) 마음을 내려놓고 상대를 완전하게 떠나 보내는 노래가 ‘노 모어’”라고 설명했다. 씨스타19의 마지막 발표곡 ‘있다 없으니까’ 이후 무려 11년 만에 내는 신곡. 소녀와 숙녀의 경계를 나타내는 숫자 ‘19’와는 한참 멀어져 스스로 “나이가 지긋해졌다”고 농담했지만, 씨스타19는 대신 늘어난 나이에 걸맞은 원숙함을 입었다. 챙 넓은 모자에 청바지를 입고 술집은 누비는 ‘카우걸’들에게선 “‘쿨’하게 이별하는 당당함”(효린)이 돋보인다.

2017년 씨스타 해체 후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연기활동에 전념했던 보라는 “무대에 서고 싶었으나 기회가 부족했다가 효린이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마 보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효린은 이 곡 녹음 디렉팅(감독)도 봤다. 씨스타 활동 때 랩을 주로 하던 보라가 ‘노 모어’에서 노래를 부른 것도 효린 덕분이다. 효린은 “보라 언니가 (음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고 칭찬했다. 보라는 “연기할 땐 무게를 빼야 했는데 (가수 활동을 하려니) 과하고 화려한 표현을 장착해야 해 고충이 있었다”며 웃었다.

한겨울 돌아온 ‘써머 퀸’ 씨스타19 “성적보단 행복” [쿠키인터뷰]
그룹 씨스타. 사진=박효상 기자

30대 초반 찾아온 사춘기…“나를 더 알아가고 있다”

2010년 두 사람은 씨스타 해체 후 늦은 사춘기를 겪었다. 하루에도 여러 지역을 오가며 공연하느라 “‘얼른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해야지’ 하는 느낌”(효린)으로 20대를 보내다가 “내가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보라)을 맞닥뜨려서다.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끝난 후 1인 기획사를 차린 효린은 “한동안 ‘그래서 뭘 하고 싶은데요?’란 질문을 피하고 싶었다”고 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스스로 잘 모르겠더라고요. 충격이었어요. 나를 아는 게 첫 과제였어요. 그 답을 찾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어요.” 선택과 책임을 무겁게 느낀 건 보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때(20대 시절) 성장했어야 할 자아가 자라지 못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 힘으로 길을 찾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보라는 지금도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 “예전과 비슷하지만 다른 고민이 생겼어요. 내가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자세하게 찾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어요.” 다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효린은 “씨스타19 활동이 언니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또 다른 ‘씨스타 자매’ 소유와 다솜은 각각 가수와 배우로 활동 중이다. 보라는 “씨스타로 활동할 때보다 해체 후 더 많이 만난다”며 웃었다. 소유는 세 사람을 만난 자리에서도 종종 씨스타 영상을 본다고 했다. 때론 눈물까지 글썽인다고 한다. 네 사람이 모이면 ‘씨스타 활동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말도 나온다지만 아직 재결합을 구체화하진 않았다고 했다. 효린은 “그룹 활동 땐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공연에서 관객 모두 씨스타 노래를 기쁘게 따라 부르신다”며 “멤버들 없이 나 혼자 이런 순간을 누려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감사하다. 우리가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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