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항성제 내성’…“새로운 치료 옵션 필요”

국내 다제내성 환자 사망률 5년간 2.6배 증가
치료제 부재로 의료비·입원기간 증가…진료 질↓
“항생제 도입·개발 위해 정부 지원 폭 넓혀야”

기사승인 2024-02-21 14: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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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항성제 내성’…“새로운 치료 옵션 필요”
이동건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21일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제내성 감염 치료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


항생제 사용이 늘어나면서 여러 약물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환자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치료제 개발·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동건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장)는 21일 한국화이자제약의 다제내성 그람음성균 감염치료제 ‘자비쎄프타’(성분명 세프타지딤·아비박탐)에 대한 보험 급여 적용을 기념한 기자 간담회에서 “그간 다제내성 그람음성균 감염은 제한적인 치료 옵션으로 인해 진료 현장에서 미충족 수요가 컸다”며 “새로운 치료제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제내성균은 3개 계열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으로, 항생제 치료를 어렵게 만들고 중증 감염 환자 치료 경과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녹농균 등 그람음성균은 요로 감염, 복강 감염,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균이다. 다제내성균에 의한 감염은 사망 위험을 높이고 질병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카바페넴계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증의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CRE 발생 건수는 3만548건으로 2018년 대비 2.6배 늘었다. 

CRE는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나 요양시설에서 장기 입원한 환자에서 주로 발생하며 높은 사망률과 연관돼 있다. 2017년 국내 10개 병원에서 시행된 연구에서 CRE 감염증 환자의 3개월 사망률은 55%였다. 

이 교수는 “항생제는 소고기, 돼지고기, 물고기 등의 음식에도 들어있어 누구나 내성이 생길 수 있다”며 “2025년에는 항상제 내성으로 인해 3초당 1명이 죽을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고 짚었다. 

이어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다보니 장기 입원하는 환자가 증가하고 치료비는 상승했다”면서 “격리실 부재로 진료의 질은 저하되고 의료진 처방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항생제 도입과 더불어 적극적인 개발을 위해 정부가 지원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근 다제내성 감염 치료가 가능한 유일한 치료제가 도입되고 급여 적용을 받게 돼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겨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많은 치료제들이 국내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항생제 신약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경제적 지원을 전개하고 있으며 신속한 허가, 5년간 추가 시장 독점권 부여 등 제약사들의 항생제 개발을 도모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도 항생제 신약 개발을 위해 제약사를 지원하고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 교수는 또 “새로운 치료제가 도입되더라도 안심할 순 없다”며 “정부와 의료 전문가가 힘을 합쳐 항생제 적정 처방 및 복용 관리가 이뤄지도록 홍보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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