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노년층 금융소외 없도록…시중은행 ‘시니어 특화점포’ [가봤더니]

휴게공간 마련·큰글씨 배치 등 디테일한 배려 찾아볼 수 있어

기사승인 2024-03-02 1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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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노년층 금융소외 없도록…시중은행 ‘시니어 특화점포’ [가봤더니]
휴게공간이 크게 마련된 하나은행의 시니어 특화점포.   사진=김동운 기자

코로나19를 거쳐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에 공을 들이면서 오프라인 점포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장·노년층들이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은행들은 장·노년층을 위한 ‘시니어 특화점포’로 소외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사랑방’ 같은 편한 분위기…하나은행 특화점포 가보니

하나은행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탄현역 출장소’를 새로 리모델링해 시니어 특화점포로 재탄생시켰다. 시니어 특화점포는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장·노년층 고객들이 은행업무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직접 방문한 하나은행의 시니어 특화점포는 다른 영업점들보다 휴게 공간에 더 큰 비중을 두며 만들어져 있었다. 마치 ‘사랑방’같은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장·노년층이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나은행 탄현역 출장소 관계자는 “출장소의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어르신들이 방문해 대기하는 시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좌석 배치부터 서적, E북 등 다양한 아이템들을 배치했다”며 “편하게 쉬고 계시다 안내를 받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니어 특화점포들은 일반 은행 영업점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노년층 금융소외 없도록…시중은행 ‘시니어 특화점포’ [가봤더니]
노년층 고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정보만 제공하는 창구 화면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디테일한 차이는 예금창구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일반적인 영업점에서는 번호표를 보여주는 화면에 담당 직원 이름과 사진이 함께 출력되지만, 시니어 특화점포에서는 번호만 크게 출력된다. 멀리 있는 글씨를 읽기 힘든 노년층들을 위한 배려다.

대기번호를 안내하는 방송도 타 영업점 대비 크다. 난청 등 어르신들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글로 보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난청 고객을 위해 상담원의 안내를 큰 글씨로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디테일’의 백미는 시니어 특화점포라는 점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니어로 분류되고 싶지 않은 고객군을 위한 배려라는 것이 하나은행의 설명이다.

장·노년층 금융소외 없도록…시중은행 ‘시니어 특화점포’ [가봤더니]
우리은행의 ‘영등포시니어플러스영업점’에는 노년층 고객들을 위한 팔걸이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영업점들의 ‘미래’는 이래야…다른 은행의 시니어 특화점포들은

시니어 고객들을 위한 특화점포는 하나은행 뿐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에도 존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시니어 특화점포는 신한은행이 6곳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이 5곳, 우리은행이 3곳, 하나은행이 3곳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시니어 특화점포도 장·노년층들을 위한 배려들을 사소한 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은행이 영등포에 개설한 ‘영등포시니어플러스 영업점’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은 ATM기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시니어 특화점포에는 찾아볼 수 없는 ‘팔걸이’가 ATM에 설치돼 있었다. 지팡이 대신 팔걸이를 이용해 ATM 업무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여기에 ATM기의 글씨 크기를 키우고 돈 찾기(출금), 돈 넣기(입금) 등 쉬운 용어로 메뉴를 구성한 것은 여타 특화점과 동일했다.

또한 우리은행은 하나은행과 마찬가지로 ‘휴게공간’을 꾸며놓고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시니어 특화점포인 만큼 대기하는 시니어 고객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등을 기대고 쉴 수 있는 좌석들을 곳곳에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창구 카운터의 높이를 낮춰 이용을 편안하게 바꾸고, 화상으로 금융상담을 쉽게 볼 수 있도록 안내직원도 배치했다.

장·노년층 금융소외 없도록…시중은행 ‘시니어 특화점포’ [가봤더니]
신한은행 신림동 지점은 타 영업점 대비 큰 글씨로 고객을 안내하는 화면과 색깔 유도선을 볼 수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신한은행 신림동 지점의 경우 이용 고객이 많은 시니어 특화점포 중 하나다. 다른 시니어 특화점포와 달리 신한은행 신림점의 특화점포는 고령층이 인지하기 쉽도록 바닥에 색깔 유도선을 설치해 이동을 돕는다. △단순업무 △예금·적금 △대출·외환·투자 등 총 3개로 나눠 색이 있는 곳을 따라가면 해당 업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 놓았다.

영업점 내부도 독특했다. 단순업무 창구 중앙에는 ‘스마트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는데, 창구 담당자가 업무를 보는 중 신규 고객이 오면 로비 매니저(경비원)가 스마트 키오스크로 안내하고 사용법을 전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인 분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점포를 개편하는 추세”라며 “적합한 지역 선정에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도 특화 서비스 제공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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