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음성유방암, 낙인 사라지도록 공감 이끌 것”

이두리 우리두리구슬하나 대표 인터뷰

기사승인 2024-03-05 12: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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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음성유방암, 낙인 사라지도록 공감 이끌 것”
삼중음성유방암 환우 모임인 우리두리구슬하나의 이두리 대표. 우리두리구슬하나


“‘하필 삼중음성유방암인가’라는 안타까운 시선이 싫었어요.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지난 1일, 기자와 마주한 이두리 우리두리구슬하나 대표는 환우회를 만든 계기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삼중음성유방암’이라는 글자에 뿌리 내린 오해나 부정적 인식들을 타파하는 것이 그가 투병 중에도 환우회를 이끌게 된 이유였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종양의 아형 가운데 에스트로겐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수용체(PR), 표피성장인자수용체2(HER2)가 모두 없는 유방암을 말한다. 다른 유방암에 비해 쓸 수 있는 항암제가 제한적인데다 전이나 재발 확률도 높다. 또 유방암이 일반적으로 고연령에서 주로 발견되는 것과는 달리 40대의 비교적 젊은 여성에서 발생 확률이 높은 편이다. 전신 전이가 진행된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2%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지난 2019년 삼중음성유방암 3기말 진단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암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정보 또한 적었다. 다양한 유방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해봤지만 환자 수가 많은 호르몬 양성 유방암에 대한 정보는 두루 공유되는 반면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해서는 잘못된 답변들과 부정적인 치료 예후 사례 등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엄마이자 아내로서 병을 이겨내야 했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전우가 필요했다. 

그는 “믿을 만한 정보를 나누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구슬이란 이름을 가진 유방암 환자인 친구와 커뮤니티를 만들게 됐다”며 “단체라기보다는 모임에 가깝고, ‘친정 같은 공간’을 모티브로 환우끼리 활발할 소통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중음성유방암 환우 모임인 우리두리구슬하나는 환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료진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북콘서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3월3일 삼중음성유방암의 날에는 의학세미나를 개최해 건강정보 등을 공유한다. 최근에는 환자들이 수시로 몸 상태를 기록할 수 있는 전용 수첩을 만들어 국내외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 환우회와 교류를 다지면서 각국 의료급여 적용 현황 등 제도적 정보를 주고받을 예정이다.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도 병행한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치료 선택지가 적은 만큼 환자들의 신약에 대한 열망이 크다. 신약이 있어도 수억 원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인 환우들을 위해 이 대표는 정책토론회, 기자회견, 인터뷰, 국민청원 등을 전개해 대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흉막, 폐, 간, 뇌까지 암이 전이된 4기 환자로서 누구보다 이들의 절실함을 공감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나를 비롯한 4기 환자들은 수차례에 걸친 세포독성 항암요법으로 인해 온몸이 거의 녹아내린 상태”라며 “바이오마커과 상관없이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가 2차 이상 치료 과정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치료이자 마지막 선택지는 트로델비라는 약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고비용인 만큼 자신이 항암치료를 하면 가족이 빚을 내야한다는 사실을 두고 고민하면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약이 안 맞아서’가 아니라 ‘약이 비싸서’ 치료를 접고 목숨을 내러놓는 환우들을 볼 때마다 당장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국민 공감을 바탕으로 신약의 급여 적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대표는 “급여가 시급하지 않은 암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라고 말할 순 없다”면서도 “삼중음성유방암은 30~40대 젊은 나이에 발병해 사회활동을 가로막고, 가정에서 엄마의 부재를 만드는 질병이다”라고 짚었다. 그는 “다만 급여는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대중들의 공감이 필요하다”며 “환우들의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질환에 대해 더 알릴 수 있도록 여러 시도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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