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발언, 잇따라 도마에…“최소한의 도리 지켜야”

기사승인 2024-03-06 11: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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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발언, 잇따라 도마에…“최소한의 도리 지켜야”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사진=박효상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의 발언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5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있던 전공의들의 면허를 정지하겠다고 협박하며 사실상 필수의료를 없애 ‘국가 자살 상태’로 가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미명 하에 정부가 폭압적으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결과는 대한민국 필수의료의 몰락을 가속화할 것이며, 힘들지만 간신히 유지되고 있던 대한민국 의료 인프라를 한순간에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2일 서울시의사회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연 ‘제2차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선 막말이 이어졌다. 당시 한 참석자는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행해도 되는가”라며 의대 증원을 성폭행에 비유하기도 했다.

같은 날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브리핑에서 한 발언도 질타를 받았다. 주 위원장은 “매 맞는 아내가 자식 때문에 가출 못 할 거라고, 자식을 볼모로 폭력 행사하는 남편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해서 이 사태를 벌인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다”라고 말했다. 의사를 ‘매 맞는 아내’로, 환자를 ‘자식’으로, 정부를 ‘폭력적 남편’에 빗댄 것이다.

지난 3일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SNS에 올린 글이 뭇매를 맞기도 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자신의 SNS에 “소아과 선생님 중 한 분이 용접을 배우고 있다”며 “이런 나라에서 더 이상 살기 싫다고 한다”고 적었다. 국내 의료 현실에 좌절해 용접을 배우는 의사가 있다는 건데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 누리꾼은 “용접은 아무나 배우는 줄 아나”라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2주가 지나면서 환자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정승표 한국식도암환우회 대표는 지난 4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호소문을 통해 “중증 환자들의 진료가 밀리고 응급 수술이 지연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라며 “환자가 의사를 애타게 찾고 있는데 외면하고 돌아서는 처사는 인간의 하극상이 아닌가. 그래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은 “환자들의 건강권과 생존권은 존중돼야 한다. 누구도, 어떠한 이유로도 침해하면 안 된다”면서 “단순한 직업 선택권이나 근무 조건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의사로서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의 어려움을 먼저 헤아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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