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ELS 100% 배상 사례 아직 없어…대다수 20~60%”

금감원 ‘홍콩ELS 검사 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발표
“DLF때보다 은행·증권사 책임 더 크다고 보기 어려워”
불완전판매 비율 아직 미정…배상 100% 사례 아직 확인 못해

기사승인 2024-03-11 13:18:14
- + 인쇄
금감원 “ELS 100% 배상 사례 아직 없어…대다수 20~60%”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진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중국항셍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 대다수가 손해에 대해 배상비율 20~60%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의 배상기준안 제시로 홍콩H지수 ELS 분쟁조정이 첫발을 내딛었지만, 가입자 숫자가 15만명에 달하고 양측간 의견차가 클 것으로 보여 소송이 잇따르는 등 실제 배상까지 장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11일 ‘홍콩ELS 검사 결과 및 분쟁조정안’을 발표했다. 금감원 조정안에 따르면 배상 비율은 판매사 요인(23~50%), 투자자 요인(45%), 기타 조정(10%)를 조합해 결정된다.

판매사 측면에서는 판매원칙 위반 정도가 크거나, 소비자보호체계가 미흡할수록 배상비율이 높아진다. 투자자 측면에서는 특성에 따라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예적금 가입 희망 고객 등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경우 배상비율이 가산된다. 반면 ELS 투자경험이 많거나, 금융지식 수준이 높은 고객 등에 대한 판매는 배상비율이 차감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금감원은 배상비율 분포나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 배상 총액 수준에 대해서는 아직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사결과 위반사항이 판배사별, 기간별로 상이하고 현재 손실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금감원은 배상 선제조건인 불완전판매 비율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과거 DLF 사태때와 상품 특성, 소비자 보호환경이 달라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때보다 판매사 책임이 더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DLF의 경우, 배상비율을 20~80% 사이로 제시했었다. 이번에는 현 단계에서 갖고 있는 자료를 분석할때 다수 케이스가 배상비율 20~60% 사이 분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LF는 비정형적이고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매우 복잡한 상품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ELS는 장기간 판매된 상대적으로 대중화된 상품이고, 상품구조가 정형화된 점 등에서 DLF와 차이가 있다. 또 DLF 사태 이후 판매규제를 강화한 금소법 시행 등에 따라 판매사들의 형식상 판매절차는 대체로 갖춰진 상황이라는 점이 감안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배상비율이 0~100%까지 다양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금감원은 아직 배상비율 100%인 구체적 사례는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 ELS 관련 민원은 39만8000여건에 달한다. 이를 들여다보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감원은 판매자나 투자자 일방의 책임만 인정되는 경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CEO 제재 등 판매사에 대한 제재수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수석부원장은 “오늘 발표한 내용은 당사자간 자율적 합의를 촉진하기 위한 배상 기준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해소하자는 측면”이라며 “제재 수준과 제도개선은 앞으로 별도로 논의될 내용으로 지금 단계에서 미리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ELS 관련 제도개선 과정에서 은행의 ELS 판매 전면 금지 방안도 검토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옵션 중 하나로 논의될 수 있다”고만 답했다.

앞으로 향후 절차 진행은 어떻게 될까. 먼저 금감원은 대표 사례들을 선정해 오는 4월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게 된다. DLF의 경우, 금감원은 대표적인 분쟁조정 사례 6건을 정해 배상비율을 40~80%로 차등화한 바 있다.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양측 입장을 조율해 조정하는 분조위는 통상 2~3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금감원은 최대한 신속하게 분쟁조정 절차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사례 이외 분쟁민원 건은 분조위 결과 따라 자율조정 등 방식으로 처리된다. 분쟁조정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김범준 금감원 부원장보는 “지금 민원을 제기하지 않아도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가입자에 ‘금감원 기준에 따라 배상금액은 어느정도 될 것’이라고 안내를 할 것”이라며 “추후 분조위가 끝나면 세부적인 내용을 추가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금감원 “ELS 100% 배상 사례 아직 없어…대다수 20~60%”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