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에 연대 움직임까지…의대·병원 교수 집단행동 초읽기

기사승인 2024-03-11 15: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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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에 연대 움직임까지…의대·병원 교수 집단행동 초읽기
의대·병원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한 지 4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의대·병원 교수까지 사직 의사를 밝히는 등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빅5병원’(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서울성모·삼성서울병원) 소속 각 의대 교수협의회는 회의를 열어 현 사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 긴급총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대응 방안과 집단행동 여부 등을 논의한다. 이번 총회에는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소속 교수가 모두 참여한다. 같은 빅5병원을 두고 있는 성균관의대와 가톨릭의대의 교수협의회도 이번주 중 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교수들은 이번 사태와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설문과 연대 서명운동에도 나섰다.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 8개 병원 교수와 전문의 16명은 지난 8일 ‘의료 붕괴를 경고하는 시국선언’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고 동료 교수들에게 연대 동참을 요청했다. 지난 10일 오후 기준으로 서명은 5000명을 넘어섰다.

선언문에는 정부에 △전공의들을 향한 위압적 발언과 위협을 중단할 것 △필수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것 △의대 정원을 포함한 정책에 대해 열린 자세로 논의할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대를 요청한 이들은 “현재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 추진은 대한민국의 우수한 의료 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며, 이 사태가 종식되지 않을 경우 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이해관계자는 이성을 되찾고, 정부와 의료계 대표는 함께 허심탄회하게 합리적 방안을 논의해 해법을 도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북의대와 전북대병원 교수들도 집단행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자체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북의대·전북대병원 교수 82.4%가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만을 전담하는 임상교수 중에선 96%가 사직 의사가 있다고 표했다.

전북의대·전북대병원 교수들은 “학생과 전공의들을 휴학과 사직으로 몰아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정부와 대학본부에 깊은 분노를 느낀다”며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와 대학의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산의대 교수들과 의대생 등 70여명은 이날 오전 부산대 양산캠퍼스에서 호소문을 발표하고 “수도권에 6600병상이 증가하는 시점에 정부는 당장 시급한 문제인 지역 필수의료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없는 상태”라며 “정부는 필수의료 대책과 의대 정원에 대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고려의대 교수들은 고려대구로병원 1층 로비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전공의 집단행동을 지지하는 뜻으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피켓에는 ‘우리 전공의 욕하지 말아 달라’ ‘그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의료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 교수들은 정부가 원점에서 의료계와 대화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오는 14일 회의를 열어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전의교협은 지난 9일에도 비공개 총회를 열어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교수들에게 끝까지 병원에 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브리핑에서 “정부는 행정처분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전공의들이 복귀한다면 정상을 참작해 전공의를 보호할 것”이라며 “교수님들께서도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도록 적극적 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생사의 기로에서 교수님들께 생명을 의지하고 있는 환자들이 삶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도록 의료현장을 계속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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