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24년 대선에 대한 북한의 예상 반응 및 대응

글‧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

기사승인 2024-03-13 08: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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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024년 대선에 대한 북한의 예상 반응 및 대응

북한이 미 대선에 무관심할 수는 없지만,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북한의 대외정책 목표에서 후순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미 대선에 큰 관심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현재 대외관계에서 러시아와의 군사·경제협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다음으로 중국과의 관계 발전 추구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2023년 9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러관계를 ‘최중대시’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2024년 올해는 북중 국교 수립이 75주년이 되는 해이므로 올해 푸틴의 방북 이후 김정은은 베이징을 방문해 북중 우호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재선과 바이든 재선 모두 각기 장단점이 있으므로 반드시 어느 한쪽을 강력하게 선호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북한은 김정은과 ‘연애편지’를 주고받는 트럼프의 재선을 내심 바랄 수는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재선되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중단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할 수 없이 러시아와 휴전을 하게 되면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포탄 수출이 중단되고 북러군사협력도 축소될 수 있다.

반대로 바이든이 재선되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계속한다면,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를 계속 누리면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정찰위성과 핵추진잠수함 분야에서의 러시아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으로서는 바이든의 재선이 반드시 나쁜 시나리오는 아니다.

바이든이 재선될 경우 미국과 북한 간에는 지금처럼 대화 없는 대립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정부와 2021년 5월 한미미사일지침 종료에 동의함으로써 미사일 개발 관련 한국의 제약이 사라진다.

그리고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윤석열 정부와 한미연합훈련을 확대하고, 워싱턴선언을 발표하면서 NCG를 창설하며, 한미일 군사협력을 확대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러므로 바이든이 재선되면 북한은 아무런 고민 없이 그들이 정한 일정표대로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재선되더라도 김정은과 북핵 문제와 관련해 타협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 같은 해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과 정상회담을 한차례는 더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6월 30일 트럼프를 판문점에서 다시 만났다.

그러나 김정은과 트럼프 간의 판문점 회동에서도 특별한 진전은 없었고, 북한은 같은 해 12월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고 선언했다.

트럼프 재선시 그의 예측불가능한 성격과 동맹 경시 성향을 고려할 때 그와 김정은 간의 회담 성사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김정은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트럼프도 한미연합훈련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으므로, 만약 트럼프가 한미훈련의 축소나 중단을 추진한다면 김정은이 트럼프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고 한미를 이간시키기 위해 미북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2023년 9월에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헌법에까지 명문화했으므로 김정은은 핵무기 감축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다면, 김정은은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 선언 정도까지는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국방력을 계속 강화해왔고, 김정은이 2022년 12월 전원회의에서 핵무기의 ‘기하급수적’ 증산 지시를 내렸다.

그러므로 ‘미국의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단’은 한국이 결코 수용할 수 있는 거래가 아니다.

바이든이 재선되든 트럼프가 재선되든, 북한은 작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선언한 것처럼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主敵)’으로 간주하면서 대미 위협을 자제함으로써 한미를 이간시키기 위한 기도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 북한은 미국을 ‘주적’으로 간주했으나 2023년 12월부터 한국을 ‘제1적대국(=주적)’으로 간주했다.

북한이 대미 위협을 자제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사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은 지금처럼 북한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한국은 북한의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위협에 계속 시달려야 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수년간 미 외교전문 싱크탱크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의 미국 국민 대상 여론조사결과에 의하면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 미군이 한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응답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2021년 조사에서는 63%, 2022년에는 55%, 2023년에는 50%가 미군의 한국 방어를 지지했다.

2023년 조사에서 집권 민주당 지지층 57%는 미군의 한국 방어를 지지한 반면, 공화당 지지층의 53%는 미군의 한국 방어를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므로 올해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재선된다면 미국의 한국 보호 의지를 신뢰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결국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국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과 ‘유사시 남한 점령’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독자적 핵 억제력 확보 문제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