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 가리고 망언”…복지부 장·차관 사퇴 요구도

기사승인 2024-03-19 14: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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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눈 가리고 망언”…복지부 장·차관 사퇴 요구도
18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중대본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혼란이 한 달가량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책 추진을 위해 의료계를 아울러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의사들과의 대립각을 고조시키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는 보건복지부 장·차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계획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양측 모두 물러섬 없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어떠한 경우라도 국민 생명을 두고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20개 대학이 모인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협 비대위)는 오는 25일부터 일부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은 타협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 2차관은 17일 오후 YTN 뉴스 인터뷰를 통해 “전공의들이 먼저 집단행동을 하고 교수들이 제자들을 건드리지 말라면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과거와 똑같은 패턴”이라며 “이번에 의사들의 잘못된 집단행동 문화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앞으로 대한민국은 보건의료 정책을 해나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내고, 듣지 않으면 집단행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국민에 대한 겁박”이라며 “집단행동으로 인해 현장에 의사가 한 명도 남지 않으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피력했다.

의대 교수들은 박 차관의 ‘전세기’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소송을 예고했다. 전의교협 비대위 측은 국민소송단을 모집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일자 박 차관은 관련 발언에 대해 “현실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 의사가 1명도 남아있지 않을 일은 없다”면서 “정부의 국민 생명·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 그 결단을 두고 상징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의료계와 마찰을 빚은 박 차관의 발언은 또 있었다. 박 차관은 지난달 2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의 근거 논문을 설명하며 남성 의사와 여성 의사의 근로시간 차이를 비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의대 함춘여자의사회를 비롯한 7개 여성 의사단체가 성차별적 발언으로 여성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박 차관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여의사회도 입장문을 내고 “성 차별적 의식을 드러내고 의료계 성평등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언급”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사퇴 요구도 나왔다. 지난 18일 고려대 의대 교수의회는 성명을 통해 “의료인에 대해 일방적 행정조치, 압박, 매도로 일관하는 복지부의 행태는 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적절한 대처로 의료사태를 악화시키는 복지부 장관과 2차관은 즉각 사퇴하고,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의사단체와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전의교협 비대위 역시 6차 성명을 내고 “국민과 대통령실의 눈을 가리고 품위 없이 망언을 일삼는 조 장관과 박 차관의 해임을 원한다”고 했다.

조 장관과 박 차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고발됐다.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 모임은 19일 조 장관과 박 차관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 단체 대표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고발장을 내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의료인들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무리하게 강행하기 위해 각 수련병원장에게 초헌·초법적으로 사직서 수리 일괄 금지 명령, 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명령을 발령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연가 사용 금지 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으로 인해 개별 전공의들의 헌법상·법률상 권리가 의료법 59조1항의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침해됐다는 것이다.

박 차관은 공수처에 고발된 것과 관련해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브리핑에서 “고발을 했으면 사법 절차가 진행될 테고 절차에 맞춰서 대응해나가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1308명에게 소속 병원에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간부에 대한 3개월 면허 정지 처분도 내렸다. 정부는 행정조치로 의료계를 압박하면서도 거듭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 박 차관은 “그동안 의료현장에서 느꼈던 불합리한 수가체계를 혁신해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뜻을 모을 것을 다시 한 번 제안한다”며 “의료계는 정부의 대화 제안에 화답해 대화의 자리로 나와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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