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 대신 ‘몽둥이’든 이재명…‘중도층’ 향한 독해진 입 [인물로 본 22대 총선③]

이재명 “회초리 안되면 몽둥이로 때려야”
지역 현장서 정부 물가 대책 비판하며 정권심판론 부각

기사승인 2024-03-23 1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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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실종’·‘대화 실종’ 첨예한 양당 정치의 병폐가 수년째 계속되며 양당제를 타파하고자 하는 정치 개혁 세력이 등장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기성 정당의 부패를 비판하면서 이준석, 이낙연을 위시한 개혁신당, 새로운미래가 등장했다. 이어 조국을 앞세운 조국개혁당도 등 국민 앞에 선보이며 때아닌 ‘인물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 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인해 여야 위성정당들도 출현해 자매 정당임을 밝히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인요한 등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물을 통해 본 22대 총선 판도를 분석한다. (편집자 주)

회초리 대신 ‘몽둥이’든 이재명…‘중도층’ 향한 독해진 입 [인물로 본 22대 총선③]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이번 4월 국회의원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이자 권력에 대한 심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피습 후 당무에 복귀해 4.10 총선을 이같이 규정했다. 현재 그는 선거 19일을 앞두고 전국을 돌며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역 현장에서 경제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그는 발언의 수위도 높이고 있다. 민생 위주의 메시지로 중도층 표심을 끌어당겨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독해진 입

이 대표는 ‘도피 의혹’을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 사건과 ‘회칼 테러’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등 여권의 총선 악재를 중심으로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이를 통해 지지세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전북 군산에서 “광주에서 온 사람들 잘 들어. 옛날에 대검으로, M16 총으로 쏘고 죽이는 거 봤지. 몽둥이로 뒤통수 때려서 대가리 깨진 거 봤지. 조심해. (웃으며) 농담이야”라고 한 뒤 “생선회칼로 기자 허벅지를 찔러대는 게 농담인가. 겁박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황 수석의 발언을 패러디한 것. 이 대표는 이 대사에 대해선 “윤석열 대통령은 ‘도주 대사’를 즉시 해임하고 압송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대여 투쟁의 고삐를 계속 죄며 여권을 흔들겠다는 전략이다. 

몽둥이론으로 변화 필요성 강조 

눈에 띄는 부분은 그가 현장에서 ‘몽둥이’를 자주 꺼내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충남 홍성군에서 “국민이 무서운 줄을 모르면 회초리로 치고 회초리로도 안 되면 몽둥이로 때려서라도 정신 차리게 해야 주인인 국민을 배반하지 않는다”며 윤석열 정권을 질타했다. 이후 그는 지난 15일 울산에서는 “머슴이 일 안 하고 주인을 깔보고 업신여기면 혼내고 문책하고, 그래도 안 되면 다시 쓰지 말아야 한다.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중도 해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로 험지로 분류되는 충청과 부·울·경에서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그가 ‘몽둥이론’을 앞세우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강력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회초리보다 강한 어감을 주는 몽둥이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결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회초리 대신 ‘몽둥이’든 이재명…‘중도층’ 향한 독해진 입 [인물로 본 22대 총선③]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받은 과일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정권 경제 실패' 부각으로 중도층 끌어당기기

또 그는 현장에서 정부의 물가 안정화 대책을 비판하기 위해 과일, 대파 등을 자주 꺼내들었는데, 이는 중도층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인천에서는 대파 한 단을, 강원 춘천에서는 사과와 한라봉을 높이 들어 보이며 고물가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 18일 인천에서 “현 정권은 물가를 잡으려는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는 최악의 무능한 정부”라고 했다. 

당내에선 선거판세의 핵심 키를 쥔 중도층의 경우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과 달리 상황에 따라 여당 혹은 야당에 투표할 수 있다고 본다.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부분은 ‘경제’가 핵심이라고 판단, 정권심판을 함께 강조해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1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정권 심판을 세게 얘기하는 것은 중도층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권심판론 우세 

야당의 정권심판론 프레임이 우세하면서 민주당에 유리해진 선거 판세가 이 대표의 발언 수위를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까지 복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권심판론이 과반으로 정권지원론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정권견제론에 응답한 비율이 54.4%, 정권유지론은 40.8%였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정권견제론이 51%로 지원론(36%)보다15%p 높게 나타났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에 “이재명 대표는 철저하게 민생 위주의 발언을 해온 아주 선명한 캐릭터”라며 “본인 스스로도 기득권과 관계없는 삶을 살아왔고 민주당의 정서도 서민중산층이니 민생 경제를 강조하며 현 정권을 심판하자는 프레임은 잘 어울린다. 그러니 지금은 이 대표가 윤석열 정권의 경제 실패를 부각시켜서 현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힘을 달라고 메시지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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