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韓 증시, ‘삼천피’ 달성 조건은…“삼성전자 실적 관건”

기사승인 2024-03-27 06: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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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韓 증시, ‘삼천피’ 달성 조건은…“삼성전자 실적 관건”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연초 박스권에 갇혀있던 코스피 지수가 최근 상승 랠리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증시 호황기 때 달성한 삼천피(코스피 지수 3000p) 도달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는다. 다만 대장주인 삼성전자 실적에 따라 삼천피 달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0.64(17.43p)% 오른 2755에 장을 마쳤다. 특히 장중 2779.40(1.52%↑)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2022년 4월5일 기록한 2759.20 이후 약 2년 만에 최고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앞서 코스피 지수는 연초인 1월2일 2669선에 머물렀으나 같은달 17일 2435.90까지 주저앉으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후 본격적인 오름세를 시현하면서 2750선을 넘어섰다. 특히 2월 코스피 지수의 상승세는 지난 2005년에 집계된 8.43% 이후 19년만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상승 랠리는 국내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화답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이행해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을 벗어나 도약하는 것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지난 1월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처음 거론됐다. 해당 시점부터 이달 22일까지 외국인의 코스피 거래대금 순매수 규모는 11조776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말까지의 약 3개월간 진행된 순매수 규모인 3조7501억원 대비 급격하게 높아진 수준이다. 

이와 함께 그간 지속됐던 고금리 상황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도 주된 배경으로 해석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두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5.25~5.50%인 현행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연준은 올해 연말 기준금리를 4.6%(중간값)로 예상하면서 기존에 제시한 연내 3회 금리 인하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했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변하지 않은 파월 연준 의장의 기조 등 덕분에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증시 훈풍 속에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연간 코스피 지수 예상 밴드를 상향하는 추세다. 잇따른 호재 발생에 기존 눈높이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은 연간 코스피 목표치 허들을 3100p으로 올려 제시했다. 한화투자증권도 연간 코스피 밴드 상단을 기존 2800p에서 3000p로 수정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밴드 상단을 3000p로 재조정했다.

증권사들의 연간 코스피 지수 예상치를 올린 이유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반도체 업황 회복이라는 퀄리티 및 가치 성장 전망에 기인한다. 

박승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구체화되고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멀티플 레벨업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며 “밸류업은 일시적인 트렌드나 테마가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의 펀더멘털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진단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코스피 밴드 상단 상향 조정은 기업 실적 회복에 따른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과 통화정책 정상화 종료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을 상정한다”며 “한국 증시 내 영향력이 큰 반도체 반등을 감안하면, 지수의 추가 상승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가 ‘삼천피’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유가증권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 실적이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그간 국내 주식시장이 글로벌 대비 상대적으로 저조한 원인은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순이익은 전년 대비 50.6%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관건은 삼성전자”라며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기대감은 크지 않지만, 양호한 실적을 선보인다면 지수 상승의 확신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증권사에서 최근 1개월 내 발표된 삼성전자 실적 전망 집계치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4조9272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 동기(6402억원) 대비 8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직전 분기(2조8257억원)와 비교해도 74.4% 증가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