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사복경찰 떴다”…‘리베이트 단속’ 낌새에 제약업계 술렁

기사승인 2024-04-04 17: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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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사복경찰 떴다”…‘리베이트 단속’ 낌새에 제약업계 술렁
제약사 영업직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이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병원에서 사복경찰이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병원에서 사복경찰이 돌아다닌다고 하니까 커피 판촉 하지 마세요.” 

최근 대학병원에 사복경찰이 오간다는 소문이 제약업계에서 돌고 있다. 일부 제약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당분간 커피을 판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커피 판촉’이란 제약사가 의사를 위해 커피, 간식 등을 준비해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경상남도에서 제약 영업직을 맡고 있는 A씨는 4일 쿠키뉴스에 “오늘 회사에서 ‘사복경찰을 조심하라’며 판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갑자기 내렸다”며 “매일 간식을 챙기던 다른 글로벌 제약사 영업 담당자도 오늘은 준비를 안 해왔다”고 전했다. 

또 이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엔 제약사 영업직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이 “병원 안에 사복경찰이 다닌다는 소문이 사실인가요”라며 “그나마 하던 커피 판촉도 하지 말라고 하네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방 쪽 어느 병원에서 사복경찰이 정장을 입고 판촉물 들고 있는 사람을 잡아 이것저것 물어보고 조사했다더라”라는 댓글을 남겼다. 

최근 정부는 제약사와 의사 간 만연한 리베이트에 대해 강력히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2일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의사단체의 집회에 제약사 영업사원이 강제적으로 참석을 요구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리베이트 논란이 일파만파 번졌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오는 5월20일까지 의약품·의료기기 리베이트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자발적 신고를 유도해 리베이트를 적발하겠다는 의도다. 

제약회사가 자사 의약품을 신규 처방한 병·의원에 채택료(랜딩비) 명목으로 현금을 제공하거나 처방을 약속한 병·의원에 선지원금을 전하는 행위, 시장조사 사례비 명목으로 의사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행위 등이 리베이트 대상에 포함된다. 

또 의사와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갑을’ 관계에 의해 제약사 직원이 지방 출장 대리운전, 학회·예비군 대리출석, 가족 행사 참석 및 보조, 음식 배달, 창고 정리, 심부름 등을 의사에게 제공한 행위도 단속한다.

경찰청 역시 의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약사 직원에게 의사단체 집회 참여를 강요하거나 각종 리베이트를 받는 등 불법적 일을 하지 않았는지 첩보를 수집하고 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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