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극복하고 준우승…누가 ‘페이커’에게 돌을 던지랴 [LCK]

젠지와 결승 2-3 석패…값진 준우승
‘디도스 공격’ 주요 대상이었던 T1…솔로랭크 어려워
‘페이커’ 이상혁 “공평하지 못한 연습 기회”
하지만 불굴의 T1, ‘디도스 테러’ 극복하고 결승까지 올라

기사승인 2024-04-15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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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도스’ 극복하고 준우승…누가 ‘페이커’에게 돌을 던지랴 [LCK]
결승 무대에 올라가는 ‘페이커’ 이상혁. LCK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최초로 6연속으로 결승 무대를 밟은 T1. 그 끝은 준우승이었다. 4연속 준우승에 머무른 T1은 전무후무한 11번째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하지만 이번 준우승의 의미는 전과 다르다.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이룬 성과기에 우승만큼 값진 준우승이다.

T1은 14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열린 ‘2024 LCK 스프링’ 결승 젠지e스포츠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석패했다.

이날 T1은 1세트를 내준 뒤 2‧3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매치포인트를 선점했다. 2세트 ‘케리아’ 류민석의 니코가 미쳐 날뛰면서 젠지e스포츠를 무너뜨렸다. 3세트는 ‘구마유시’ 이민형의 루시안이 상대 진영을 휘저었다. ‘페이커’ 이상혁이 그 뒤를 든든히 받치면서 팀 세트 승에 기여했다. ‘V11’이라는 전인미답 고지가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T1은 4세트 상대 ‘정글 카직스’ 변수 픽에 당했고, 이어 5세트마저 ‘제우스’ 최우제가 부진하면서 젠지e스포츠에 우승컵을 내줬다.

‘디도스’ 극복하고 준우승…누가 ‘페이커’에게 돌을 던지랴 [LCK]
‘페이커’ 이상혁. LCK

아쉬운 준우승, 그러나 이번 시즌 T1이 겪은 우여곡절을 감안한다면 우승만큼 값진 준우승이었다.

앞서 T1은 ‘디도스 테러’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디도스 공격이 공식화된 후 지속적으로 디도스에 시달렸다. LCK가 오프라인 서버망 구축으로 디도스 공격에서 벗어났음에도 T1을 향한 디도스 테러는 계속됐다. 

T1 선수들은 솔로랭크 연습을 하지 못할 정도로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 결국 지난달 21일 T1은 개인 방송 스트리밍을 일시 중단했다. 당시 T1은 “스트리밍 계약 및 파트너십 계약 일부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는 무거운 결정이다. 그러나 선수들 컨디션 유지와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위한 최선의 판단”이라고 사유를 설명했다.

후속 조치로 라이엇 게임즈가 T1 선수들에게 ‘슈퍼 계정’을 부여했으나 너무 낮은 MMR(비슷한 실력의 상대와 게임하는 시스템) 탓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T1은 플레이오프 기간 내내 사실상 스크림(팀 연습)만으로 대회를 준비해야 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졌고, T1은 지난 4일 한화생명e스포츠와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세트스코어 0-3 완패를 당했다. 충격적인 패배에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디도스 테러로 인한 개인 연습 부족도 패배 요인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 패배 후 ‘페이커’ 이상혁은 “솔로랭크를 연습하지 못해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졌다”면서 “단기적으로 솔로랭크 연습량이 줄어든다고 경기력이 떨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준비 기간이 길었고, 패치도 여러 번 진행됐다. 다른 팀들에 비해 공평하지 못한 연습 기회를 얻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디도스’ 극복하고 준우승…누가 ‘페이커’에게 돌을 던지랴 [LCK]
결승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에 임한 ‘페이커’ 이상혁(오른쪽)과 김정균 T1 감독. 사진=김영건 기자

김정균 T1 감독도 당시 “MMR 차이가 있기에 선수들이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회윤 T1 단장까지 같은 날 공식 채널을 통해 디도스 공격 피해를 호소했다.

디도스 테러 속, 완패를 당한 T1은 전열을 정비했다. 이어 플레이오프 3라운드 패자조에서 저력을 발휘해 디플러스 기아를 3-0으로 꺾었다. 결승 진출전에선 한 번 패했던 한화생명e스포츠를 맞아 3-1로 승리하며 설욕에 성공했다. 결승전서도 결국 패배하긴 했으나 3세트까지 2-1로 앞서면서 매치포인트를 선점하는 등 저력을 뽐냈다. 

결승 후 이상혁은 “아쉬움이 크다.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던 경기여서 더 아쉽다”면서 “그래도 결승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갔다”면서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아, 올 시즌 잘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하지만 (패배에도) T1 저력을 보여준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고 이번 시즌을 돌아봤다.

T1은 분명 LCK 최고 전력을 갖춘 팀이다. 지난해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 멤버가 모두 남아 있다. 스프링 시즌 ‘V11’에 대한 기대치가 가장 컸던 이유다. 하지만 이번에도 T1은 젠지e스포츠에 무릎을 꿇고 4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아쉬운 결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디도스 테러’를 극복하고 준우승을 거둔 T1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T1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값진 ‘준우승’을 거뒀다. 역경을 이겨낸 T1이 다가오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와 서머 시즌에 어떤 성적을 거둘지 주목된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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