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나가려면 볼이라 해” 심판, ABS 판정 논란

“음성, 분명히 볼로 들었다고 해라”… 초유의 ‘판정 조작’
야구팬들 “이럴 거면 판정 콜도 로봇이 해라” 비난 봇물

기사승인 2024-04-15 16: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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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나가려면 볼이라 해” 심판, ABS 판정 논란
4심 합의에서 ‘작당모의’하는 심판진. SBSsports 중계화면 갈무리

“음성은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아셨죠. 우리가 빠져나가려면 그것밖에 없는 거야”.

KBO 심판진이 역대급 오심을 저질렀다. 만약 실수라면 일부 이해할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의도적으로 판정을 조작했다. 공 하나에 울고 웃는 야구에서 이 정도면 ‘승부조작’이라 봐도 무방하다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나왔다.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2사 1루, 삼성이 공격을 펼쳤다. 마운드엔 선발투수 이재학, 타석엔 이재현이 들어섰다. 1스트라이크 후 2구째. 분명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왔는데, 주심이 콜을 하지 않는다. 이재학이 3구를 더 던지고 2스트라이크 3볼이 된 가운데, 강인권 NC 감독이 벤치를 박차고 나온다.

강 감독의 억울함은 이러하다. ABS 존에 들어왔는데 왜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지 않았냐는 항의다. NC 측은 당연히 억울할 만한 상황이다.

“빠져나가려면 볼이라 해” 심판, ABS 판정 논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이재학 2구. SBSsports 중계화면 갈무리

원활한 판정 합의를 위해 심판 4심이 모였다. 이때 심판진의 충격적인 발언이 방송을 통해 퍼졌다. 

이민호 심판 조장은 “(ABS)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해라. 우리(심판)가 빠져나가려면 그것밖에 없다”고 판정 조작을 종용했다. 이에 타 심판이 “지직거리고 볼이라고 한 것 같다”고 하자 이 심판은 “‘같았다’가 아니고, 음성은 볼이라고 나왔다고 해라. 우리가 안 깨지려면 말 들어라”며 판정을 압박했다.

4심 합의를 조작으로 마친 이 심판은 마이크를 잡고 “투구한 공이 음성에 전달될 땐 볼로 전달됐다. 그렇지만 ABS 모니터를 확인한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면서 “항의 시간이 지난 것으로 판단해서 현재 카운트대로 진행하겠다”고 작당 모의한 결과를 구단과 팬들에게 전했다.

만약 앞선 공이 공정하게 스트라이크로 판정 번복이 된다면, 이재학은 이재현을 삼진 처리하고 이닝을 손쉽게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심판진의 말도 안 되는 실수로 이닝을 계속하게 됐다. 결국 NC는 해당 이닝에 3점을 내줘 1-3으로 역전당했다. 이후 한 번 빼앗긴 흐름은 찾아올 수 없어, 5-12로 패했다.

야구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공정하게 판정해야 할 심판진이 자신들의 의무에 역행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만약 오심을 인정하고, 판정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면 ‘조작’이라는 오명은 쓰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심판진은 ‘작당모의’를 통해 판정을 완전히 조작했다.

“빠져나가려면 볼이라 해” 심판, ABS 판정 논란
4심 판정을 설명하는 심판진. 삼성 라이온즈

20대 초반 여성 야구팬은 쿠키뉴스에 “스포츠의 가치는 형평성과 공정함에서 나온다. 특히 야구는 공 하나에 승부가 갈릴 수 있는 스포츠다. 한 공에 대한 판정을 유야무야 끝내버리는 건 너무나도 큰 잘못”이라면서 “형평성을 높이려고 ABS를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심을 저지른다면 뭔 의미가 있나. 이럴 거면 스트라이크 콜도 로봇이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남성 NC 팬은 “그동안 심판진이 일 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여태까지 다른 판정도 이렇게 한 것 아닌가”라며 “큰 불신을 심어줬다. 심판을 없애고 로봇이 콜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성토했다.

ABS로 형평성을 맞추려는 시도는 리그 초반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판정에 대한 불만도 ABS 도입 전보다 줄었다. 즉 기계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심판은 여전히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번엔 초유의 ‘판정 조작’ 논란이다. 심판들이 오심에 대해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야구팬들의 신뢰 회복은 요원할 전망이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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