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억 어불성설…아무도 안 남을 것” 대자보 쓴 의대 교수

기사승인 2024-04-25 20: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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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4억 어불성설…아무도 안 남을 것” 대자보 쓴 의대 교수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센터 외래 병동에 있는 장범섭 교수 진료실 문 앞에 환자들에게 전하는 자필 대자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사직서 효력이 발생하는 첫날인 25일 서울대병원 진료실에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의 자필 대자보가 등장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지하 1층 방사선종양센터 외래 병동에 있는 장범섭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진료실 문에 “대학병원에는 아무도 남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사직의 변을 담은 자필 대자보가 붙었다.

장 교수는 대자보를 통해 “환자분들께, 현재 대한민국 의료는 정치적 이슈로 난도질당하고 있다”며 “환자분들을 성심껏 대했지만 누구 말처럼 연봉 3∼4억원은 어불성설이며 정부의 낮은 (의료) 수가로 환자는 5분 진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런 의료현장의 목소리는 묵살하고 2000명이라는 숫자에 목맨 (의대) 증원은 의료재정을 더욱 고갈시키고 각종 불필요한 진료로 환자들은 제물이 될 것”이라며 “대학병원에는 아무도 남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자신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6년째 매년 계약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현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진료를 힘 빠지게 하고 소극적으로 하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혹의 나이에 얻은 각종 질병과 함께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도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미련하게 살아온 모습이 오히려 어리석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참된 의사를 교육하는 병원의 교수로 있다는 것에 큰 회의감과 무기력함을 느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환자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환자들 불안은 커지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오는 30일 하루 외래진료와 수술을 모두 중단한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의 경우 내달 말까지 매주 하루 휴진을 지속키로 결정했다. 삼성서울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성균관대 의대교수 비대위도 전날 주 1회 외래와 시술, 수술 등 진료 없는 날을 휴진일로 정하는 내용이 담긴 ‘교수 적정 근무 권고안’을 배포 및 시행했다. 서울아산병원 등 울산대 의대교수 비대위는 이날부터 사직하고 내달 3일부터는 주 1회 수술과 외래 진료 등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