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장한 여의나루역 ‘러너 스테이션’, 현장 반응은 ‘미지근’

기사승인 2024-07-02 1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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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단장한 여의나루역 ‘러너 스테이션’, 현장 반응은 ‘미지근’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 모습. 사진=이예솔 기자

서울시의 지하철 역사 혁신 프로젝트 1호인 ‘여의나루역 러너 스테이션’을 두고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쉬운 공간 활용과 부족한 편의성 등의 이유에서다. 

지난달 21일 서울 5호선 여의나루역에 러너 스테이션이 문을 열었다. 시가 지하철 내 유휴공간을 시민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펀스테이션’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첫 공간이다. 러너 스테이션은 ‘달리기 애호가(러너)’와 ‘역(스테이션)’을 합친 단어다. 이곳 공간 조성에 예산 26억5000만원이 투입됐지만, 정작 일부 이용자들에게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평소 여의도 인근에서 러닝을 한다는 A씨는 “러너들을 위한 체육시설이 마련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넓은 공간에 조성됐지만, 정작 필요한 시설물들은 설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수기나 샤워시설이 마련돼 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화려한 조명이나 영어 글씨 등으로 외관 꾸미기에만 집중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의 ‘러너즈 스테이션’에는 샤워시설을 갖춘 곳이 많다. 일본은 지난 2007년 일본 도쿄마라톤 개최를 기점으로 조깅을 즐기는 일본인들이 많아지면서 도심 곳곳에 로커와 샤워시설을 갖춘 시설을 조성했다. 대중목욕탕을 뜻하는 ‘센토’와 달리기를 듯하는 ‘런’이 합쳐진 ‘센토란’도 최근 늘어났다.

새 단장한 여의나루역 ‘러너 스테이션’, 현장 반응은 ‘미지근’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 모습. 사진=이예솔 기자

과한 영문 표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지하철역도 한국어를 안 쓰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했다. 해당 논란은 러너 스테이션 곳곳에 한글 없이 오직 영어로만 안내가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화근이 됐다. 여의나루역 러너 스테이션에 만난 B씨(60대)는 “여기가 화장실 아니냐”며 “영어로 안내가 돼 있어서 나이 든 사람들은 헷갈리기 쉽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민원이 개선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측은 “(러너 스테이션) 기획 단계부터 러닝 전문가와 러닝 크루들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영문 명칭 등을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바꿀 수는 없는 상황이다. 러닝 크루 관계자들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 시설 등에 대해서는 “샤워실 설치를 원하는 민원은 있었다”며 “청결 문제에 대한 러닝 크루 관계자들의 우려가 있었고, 지하철이다 보니 수도 공급 등의 어려움도 있어서 (샤워실을) 조성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러너스테이션을 시작으로 올해 지하철 7호선 자양역과 2호선 뚝섬역·신당역에, 내년 2호선 시청역과 8호선 문정역에 추가로 펀스테이션을 조성한다. 자양역은 한강 변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뚝섬역은 다목적 운동 공간으로 조성된다. 신당역에는 액티비티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복합문화공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