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씨배 참패…홍민표 감독 “패배 인정” [바둑]

36년 만에 ‘바둑올림픽’ 응씨배 전원 탈락 대참사
4강에 중국 2명, 일본 1명, 대만 1명…한국만 없다
홍민표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기사승인 2024-07-04 19: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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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씨배 참패…홍민표 감독 “패배 인정” [바둑]
원성진 9단(왼쪽)이 셰커 9단에게 패하면서 한국이 8강에서 전원 탈락했다. 한국기원

“한국과 중국이 비슷한 전력으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진 것을 인정하고, 다음 대회를 위한 준비를 더 열심히 하겠다.” (홍민표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

1988년 창설된 ‘바둑올림픽’ 응씨배에서 강세를 보였던 한국이 36년 만에 4강에 단 한 명의 선수도 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선수단을 이끌었던 홍민표 감독은 중국과 치열한 경쟁에서 패했음을 인정하며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4일 중국 상하이 응씨빌딩에서 속행한 제10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 선수권대회 8강에서 우리나라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맏형’ 원성진 9단이 중국 셰커 9단에게 276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원 9단은 ‘원펀치’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이날 대국에서 중반 이후 두터움을 잃어버리면서 특유의 펀치력을 선보일 공간을 찾지 못했다. 전날 한국이 모두 탈락한 걸 알고 있던 원 9단은 끝까지 역전을 노리며 고군분투했으나 이미 기운 형세를 뒤집지 못했다.

홍민표 감독은 쿠키뉴스에 “좋은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라고 아쉬워하며 “현재 한⋅중의 전력이 비슷해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다음 대회를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88올림픽과 동시에 시작한 이후 4년에 한 번씩 개최돼 지금까지 총 9차례 열린 응씨배에서 한국은 초반 4회 연속 우승을 비롯해 총 6회 정상에 오른 바 있었다. 특히, 9차례 모든 대회에서 한국이 없는 결승전은 없었다. 우승에 실패한 세 번도 최소한 준우승은 차지해왔던 것. 8강에서 전원 탈락한 것은 3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6강에 다섯 명이 출전했던 한국은 하루 전 16강에서 신진서⋅박정환⋅신민준 9단, 김진휘 7단 등이 줄줄이 탈락하면서 8강에 원성진 9단이 홀로 남은 상황이었다. 

응씨배 참패…홍민표 감독 “패배 인정” [바둑]
1985년생으로 이번 대회 한국 선수 중 최연장자였던 원성진 9단이 홀로 남아 8강전에서 고군분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한국기원

한국이 전멸한 가운데 그동안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대만과 일본은 모두 4강에 이름을 올려 대비를 이뤘다. 준결승 구도는 중국 2명, 일본 1명, 대만 1명이다.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대만 일인자 쉬하오훙 9단은 중국 리친청 9단을 제압하고 가장 먼저 준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쉬하오훙 9단은 대만 기사 최초로 응씨배 4강에 오르는 기록도 작성했다. 일본 일인자 이치리키 료 9단 또한 한국 박정환 9단을 격파하고 올라온 쉬자양 9단을 반집으로 꺾고 4강 무대를 밟았다.

한편 강력한 우승 후보인 중국 일인자 커제 9단은 자국기사인 왕싱하오 9단을 제압했다. 왕싱하오 9단은 16강에서 세계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 신진서 9단에게 승리하고 8강전을 치렀다.

3번기로 자웅을 가리는 4강은 자리를 옮겨 중국 저장성 닝보(宁波)에서 속행한다. 오는 6일 준결승 3번기 1국을 시작으로 8일 2국, 1-1 동률 시 9일 3국을 진행한다.

1988년 창설된 응씨배는 대회 창시자인 고(故) 잉창치(應昌期) 선생이 고안한 응씨룰을 사용한다. ‘전만법(塡滿法)’이라고도 불리는 응씨룰은 집이 아닌 점(點)으로 승부를 가리며 덤은 8점(7집반)이다. 응씨배 우승 상금은 단일 대회로는 최고 액수인 40만달러(약 5억56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0만 달러다.

공식 프로대회 중 유일하게 초읽기 없이 ‘타임 아웃제’를 채택하고 있는 응씨배 제한시간은 라운드별로 다르다. 16강전과 8강전은 각 2시간, 준결승전은 2시간30분이 제공되고, 결승전은 각자 3시간30분을 부여한다. 주어진 시간을 모두 사용한 경우 ‘벌점 2점’을 받고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16강전과 8강전은 20분씩 3회, 준결승전은 25분씩 3회, 결승전은 35분씩 3회 연장이 가능하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