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자금세탁 막아라...업비트VS 3사 연합[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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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12-16 0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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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자금세탁 막아라...업비트VS 3사 연합[알경]
가상화폐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가 ‘트래블룰 솔루션’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업비트의 자회사 ‘람다256’과 빗썸·코빗·코인원의 합작사 ‘코드’가 각자 개발한 트래블룰 솔루션이 최고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어떤 차이가 있기에 설전이 오가는 걸까요? 람다와 코드가 개발한 트래블룰 솔루션의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트래블룰은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 거래를 하는 사람의 정보를 기록하는 것을 말합니다. 은행에서 송금할 때 송금인과 수신인을 파악하는 것과 같은 거죠. 트래블룰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도입되면 거래소 간 코인을 주고받을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신원정보(이름, 국적, 가상화폐 취득원가 등)를 공유하게 됩니다. ‘특정 금융거래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내년 3월 24일까지 트래블룰을 구축해야 합니다.

람다와 코드의가 개발한 트래블룰 솔루션의 가장 큰 차이는 블록체인 기반의 시스템 여부입니다.

람다가 개발한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상자산사업자 간의 P2P(개인간거래) 송수신 방식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죠. 코인을 보내는 사람이 송수신 자의 정보를 입력한 후 송금하면 거래소는 해당 정보를 받는 사람의 거래소에 전달하도록 설계됐습니다. 개인정보를 블록체인 공간에 저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적습니다. 다만 송신자가 송수신 자의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코드가 개발한 트래블룰 솔루션은 ‘R3 crda(코다)’라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합니다. 해킹으로 인한 정보 변조 위험을 막기 위해서죠. 거래소 간 코인을 이동시킬 때, 지금과 똑같이 지갑 주소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해당 거래의 송수신 정보가 교환됩니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는 블록체인 내 저장되기 때문에 중개자 없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교환할 수 있습니다. 수수료 등 비용도 절감되고 빠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죠.

람다는 현재 수준의 블록체인 기술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다면서 코드의 트래블룰 솔루션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코드 측은 블록체인의 성능 개선을 통해 극복할 수 있고, 개인정보는 당사자들의 원장에만 기록되기 때문에 보완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람다와 코드는 제휴를 맺은 가상자산사업자에 트래블룰 솔루션을 판매합니다. 아직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거래소까지 제휴를 맺게 되면 수익이 어마어마 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트래블룰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인 만큼,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당연하지요. 소비자 편의를 위해 4대 거래소의 트래블룰 연동은 필연적이라 어떤 트래블룰 솔루션으로 연동될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