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상승 조짐에 소비자들 여전히 '불안'

MZ세대, '짠테크' 통해 지출 줄이기 나서

기사승인 2022-08-31 07: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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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상승 조짐에 소비자들 여전히 '불안'
서울 광진구 한 주유소 모습. 사진=배성은 기자
#28일 주말 오후 서울 광진구 한 주유소에는 주유를 하기 위해 차량들이 줄을 지어 대기 중이었다. 한때 리터(ℓ)당 2000원을 넘어섰던 국내 기름값이 2달 전부터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서울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600원대인 주유소가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은 기름값이 다시 오를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

주유를 하기 위해 이 곳을 찾은 김모(31·남)씨는 “2000원까지 치솟던 기름값이 최근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 다시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평소 기름통에 기름을 꽉 채우지 않는 편인데 기름값이 더 오를까봐 꽉 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일 대비 1.50원 상승한 ℓ당 1740.03원, 경유 판매 가격은 3.98원 오른 ℓ당 1844.77원을 기록했다. 

휘발유는 지난 3월5일 1803.20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6월30일 2144.9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그러다 7월1일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확대되고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같은달 31일 1897.27원으로 1800원대에 진입한 뒤 계속 내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26일 1737.77원으로 저점을 찍고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연속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유 가격도 지난 3월11일 1818.45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했으며 6월30일 2167.66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7월1일부터는 유류세 인하폭 확대와 국제 유가 하락 여파로 국내 경유 가격이 내려 전국 평균 1800원대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27일부터 반등해 사흘째 소폭 상승 중이다. 

치솟는 기름값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율을 30%에서 37%로 확대했고, 최근들어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기름값은 점차 안정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불안정세를 보이면서 국내 기름값이 반등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소비자들은 유가가 다시 오르지는 않을까 여전히 노심초사하고 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유류비가 예전 보다 두 배가 든다. 다른 물가도 다 올라 생활 자체가 돈을 물 쓰듯 쓰는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특히 MZ세대 직장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오늘을 즐기는 ‘플렉스’ 대신 소비를 줄이고 잔돈을 모으는 이른바 '짠테크족'(짜다+재테크)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올 하반기 대중교통에 사용한 금액 공제율을 기존 40%에서 80%까지 한시적으로 높이는 만큼 발빠르게 자동차 이용을 최대한 줄이고 대중교통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29) 씨는 “휘발유 값이 너무 올라서 차를 가지고 나오기가 두렵다”며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가까운 거리는 따릉이와 같은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와 차 한 대로 함께 통근하는 ‘카풀’족도 있다. 경기도 판교에 있는 게임회사에 다니는 안모(30) 씨는 최근 지역 커뮤니티에 판교에 근무 중인 동네 주민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천정부지로 오른 기름값이 부담된다”며 “바쁜 아침에 시간 맞추기가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금전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