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정면돌파' 현대차, 전용공장·합작법인 대응책 총력

기사승인 2022-11-23 06: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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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정면돌파' 현대차, 전용공장·합작법인 대응책 총력
'2022 LA 오토쇼'에서 현대차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 호세 무뇨스(Jose Munoz) 사장이 '아이오닉 6'와 ‘N Vision 74’를 소개하고 있다.   현대차

 

내년부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현대자동차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대차는 차별화된 전기차 모델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전기차 공장 조기 착공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야당인 공화당이 미국 상·하원의 다수당이 되면서 IRA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지만 미국의 중간 선거 결과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는 것이 유력해짐에 따라 법안의 전면 개정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제현정 무역협회 워싱턴지부장은 '제1회 글로벌 통상 포럼'에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 이상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웠던 IRA 법률 자체의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IRA 개정안에 대해서도 "현 117대 회기에 발의된 법안은 연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고 통과 가능성을 낮게 분석했다.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 등의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지난 8월 발효된 법안에 따라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차그룹의 차량은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모빌리티 시장에서 글로벌 상위권 업체로 도약에 나선 상황이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점유율은 테슬라(27%)에 이어 2위(14%)까지 상승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도 선방하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IRA로 인해 현대차그룹의 차종은 차량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989만원)의 세액공제 대상에서 전부 제외됐다. 아이오닉5·EV6·코나EV·GV60·니로EV 등은 모두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다. 1000만원에 가까운 보조금이 사라지면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다른 전기차들과는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는 현지 생산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현대차는 그렇지 못하게 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북미 시장에 전기차 ‘아이오닉6’를 출시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2 LA 오토쇼’에서 아이오닉6를 선보인 현대차는 차량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출시 계획 변경 없이 내년 북미에 아이오닉6를 내놓을 방침이다.

현대차가 이번 LA 오토쇼에서 공개한 아이오닉6는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두 번째 모델이다. 현대차가 세제 혜택 감축에도 불구하고 출시 계획을 고수한 것에는 아이오닉6 상품성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됐다. 국내 사전계약 당시에도 역대 첫날 최다 대수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유럽에서 진행한 사전예약 첫날 완판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대차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 호세 무뇨스 사장은 “아이오닉 6는 친환경 차량으로의 전환에 관심있는 수많은 북미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델”이라며 “스포티한 이미지와 넓은 실내 공간, 다양한 배터리 옵션, 충전 속도 등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사양을 두루 갖춰 다른 전용 전기차 모델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25년 전기차 공장 가동 전까지 IRA 시행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연계해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센티브 제공이나 기존 자동차 공장 활용 등의 대응책도 검토 중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지난 17일 미국에서 진행된 국내 14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신용평가사와의 간담회에서 “IRA 발표 이후 미국 내 생산계획을 전면 검토 중이며, 가능한 많은 순수 전기차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계획 중”이라면서 “정해진 바는 없으나, 차종 수익성 검토와 생산 라인 플랫폼 전환 등 여러 요소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10월 당초 내년 상반기로 예정했던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앞당겼을 뿐만 아니라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도 2026년 1분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라며 "신설 공장뿐 아니고 기존 공장 활용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