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데만 2시간30분, 노동절에도 회사에 갑니다”

기사승인 2023-05-01 18:51:22
- + 인쇄
“가는 데만 2시간30분, 노동절에도 회사에 갑니다”
1일 김모씨가 보낸 문자 메세지 내용 중 일부다. 그는 오늘도 새벽5시30분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 경기도 외곽에 자리한 그의 직장은 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30분을 더 들어가야 한다. 김씨는 “오늘 생각해보니 평일이 아니라 공휴일이었다. 마을버스가 한참 안 온다 싶었는데, 평일 시간표를 보고있었다”고 허탈하게 웃음 지었다.

30세 김모씨는 왕복 4시간이 되는 출퇴근길을 다닌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며 연차도, 공휴일도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토요일에도 격주 출근을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원에 가기 위해 회사 눈치를 봐야한다. 여름휴가도 물론 꿈 꿀 수 없다. 

그는 나날이 회사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5월 공휴일이 많다고 싱글벙글한 주변 친구들과 달리 김씨는 한숨부터 나온다. 자신은 공휴일에도 회사를 가야하지만, 그만큼 수당을 쳐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기서 버티는 이유는 출근 시간에 조금 늦어도 봐주기 때문이에요. 할머니를 홀로 모시고 사는데 최근 치매 증상이 심해져 쉽게 집을 나올 수가 없거든요”라며 “월급이 쎈 것도 아니고, 제대로 쉬는 날이 있는 것도 아닌데 또 주어진 업무 외에 잡일도 많아요. 회계업무담당으로 들어왔는데 지게차 운전, 비서 대행 업무까지 해야해요”라고 한탄했다.
 
그래도 그는 회사를 가기 위해 집 문을 나선다. 학자금 대출이다 카드 값이다 갚을 돈이 많아 이를 악물며 버티고 있는데다, 함께 사는 치매 할머니를 보필하기 위해서라도 회사는 나가야만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규모 큰 회사로 이직하자. 집 가면 이력서를 작성하자’ 마음먹지만 고된 출퇴근에 방문 닿기도 전에 넉다운(knock down)된다. 

5월1일 노동절(근로자의 날).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정기념일이다. 

근로자의 날은 유급휴일이기 때문에 회사는 직원이 근무를 하지 않더라도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만약 근로자의 날에 근무를 하게 되면 기존 임금 외에 휴일 근로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데, 월급제 근로자의 경우 통상임금의 1.5배, 시급제 근로자 경우 통상임금의 2.5배를 지급받아야 한다. 

만약 고용주가 가산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56조와 109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인 경우에는 휴일근무 가산수당(0.5배)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직장갑질119의 ‘2023년 1분기 직장인 인식조사’ 결과, 근로기준법상 상시 직원 5인 이상 사업장은 노동자에게 유급 연차를 줘야 하지만, 법적으로 유급 연차를 보장할 의무가 있는 5~29인 사업장에서조차 10명 중 4명이 연차를 보장받지 못했다. 또한 ‘명절·공휴일 유급휴가’도 47.2%가 ‘자유롭게 쉴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2018년부터 시민단체 등이 ‘5인 미만 사업장’ 유급휴일 보장 관련 시위를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5인 미만 사업장의 절반은 근로계약서도 없고, 휴가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취업자들은 근로조건이 맞지 않아도 해고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정부는 근무시간 기록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정부가 근태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 중소기업에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