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열차 참사, 설비 노후에 신호 오류… 최소 275명 사망

英 식민지 때 만든 철도망

기사승인 2023-06-05 07: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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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열차 참사, 설비 노후에 신호 오류… 최소 275명 사망
열차 충돌 사고가 일어난 인도 오디샤주(州) 발라소레 지역에서 3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에서 여객열차가 화물열차를 들이받아 사망자가 300명에 육박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신호 오작동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설비 노후화와 운영 미숙으로 열차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CNN,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오디샤주 발라소레에서 발생한 열차사고의 공식 사망자 수는 275명이다. 당초 일부 시신이 중복 집계되면서 사망자 수를 기존 288명에서 정정했다. 부상자는 1000여명에 이른다.

이번 사고는 지난 2일 인도 콜카타에서 첸나이로 향하던 ‘코로만델 샬리마르 익스프레스’ 고속 열차가 오후 6시50분쯤 정차 중이던 화물열차와 1차 충돌해 객차가 탈선했다. 이어 맞은편에서 오던 하우라 수퍼패스트 익스프레스가 탈선해 있던 객차와 부딪히면서 2차 충돌이 발생했다. 탈선 차량들은 크게 뒤틀렸고 일부 객차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손됐다.

사상자는 대부분 코로만델 익스프레스 승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도 한국대사관은 사상자 중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가 진행 중인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철로 진입 중 신호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쉬위니 바이쉬나와 철도부 장관은 이날 “전자 연동 장치의 변화가 이번 사고를 일으켰다”면서 “원인이 밝혀졌고 책임자를 특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인과 책임 있는 이들이 규명됐다”며 정부의 최종 보고서가 발표될 때까지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해당 철도 노선을 운영하는 인도 남동부철도 관계자도 로이터를 통해 “열차에 빈 철로로 신호를 보내는 전자 연동 장치에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28년 만에 인도에서 일어난 최악의 철도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1995년에는 뉴델리 근처에서 열차 두 대가 충돌해 358명이 숨졌다.

인도 전역에서는 이번 사고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매일 1300만명 이상을 수송하는 철도 시스템의 안전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인도는 철도 총연장 6만8000km가 넘는 세계 4위 철도 대국이지만 대부분이 영국 식민지 시대에 건설돼 심각한 노후 문제를 안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행정부가 철도 현대화 사업에 집중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노후 인프라 보강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도 정부는 올해 선로를 보강하고 최신식 열차를 도입하는 등 철도 현대화를 위해 전년보다 50% 증가한 2조4000억 루피(약 38조원)를 지출할 방침이었다. 모디 총리는 지난 2월 수도 뉴델리와 뭄바이 금융 허브를 연결하는 1386㎞ 길이의 고속도로 첫 번째 구간을 개통했다. 지난 3일에는 새로운 고속 열차 개통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사상 최대 규모의 열차 충돌 사고로 수습에 나서야 했다.

사고 이튿날 현장을 찾은 모디 총리는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