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마스크까지 품절… 캐나다 산불에 美 대기질 ‘비상’

뉴욕, 디트로이트 등 주요 도시 대기질 최악
실내활동·마스크 권고

기사승인 2023-06-08 08: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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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마스크까지 품절… 캐나다 산불에 美 대기질 ‘비상’
6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번진 산불 연기 여파로 미국 뉴욕시 자유의 여신상 일대 대기가 뿌옇게 변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캐나다의 이례적인 산불 여파로 미국 동북부의 공기질이 최악수준을 기록했다. 뉴욕주에선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마스크가 다시 등장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AP·CNN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캐나다에 400건 이상 연쇄 산불이 발생해 뉴욕, 디트로이트 등 동부 주요 도시의 대기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뉴욕에서는 대표적 관광 명소인 뉴욕의 맨해튼 마천루 스카이라인과 자유의 여신상이 온통 회색빛에 휩싸일 정도로 공기 질이 나쁜 상황이다. 뉴욕시에 따르면 일부 지역은 심각한 대기질이 측정됐다. 뉴욕시의 브루클린과 퀸즈의 공기질지수(AQI)는 각각 413, 408로 정상적인 AQI인 50보다 월등히 높았다.

심각한 대기 오염에 뉴욕시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100만개의 N95 마스크를 시민들에게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이라며 “뉴욕시의 모든 지역이 위험하다. 야외활동을 피해고 실내에 머무르는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뉴욕뿐만이 아니다. 미 기상청은 워싱턴 등 대서양 연안지역과 동부지역 전체에 걸쳐 산불로 인한 분진이 뒤덮이자 대기질 경보를 발령했다. 버몬트, 사우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캔자스, 등 15개 주 역시 미세먼지가 위험 수위로 올라가 주민들에게 “대기 중 미세먼지로 인해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야외활동을 경고했다.

미국 동부와 중서부까지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것은 캐나다 동부 퀘벡주 일대를 중심으로 산불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캐나다 동부와 서부 등 400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하고 2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산불 상황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하늘길도 끊겼다. 연무로 인해 가시성이 떨어지면서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뉴욕 라과디아, 뉴저지 뉴어크 리버리티 국제공항 등에서 항공기들의 운항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산불은 스포츠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이날 대기질이 악화한 뉴욕과 필라델피아에서 열리기로 한 경기를 연기하기로 했다.

거리를 다니는 시민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했고 학교들은 야외 수업을 중단했다. 메릴랜드 볼티모어 지역에 거주하며 매일 볼티모어항구 주변을 산책해 온 데피펑크는 이날 산책할 땐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는 AP통신을 통해 “이날 오전 밖을 나갔는데 연기가 자욱했다. 당분간 집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에 사는 타일론 실베스터는 로이터에 “30년 동안 유니언스퀘어에서 체스를 뒀지만, 마스크를 쓰고도 도시의 대기질이 나쁜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맨해튼의 한 홈디포 매장에서는 공기 질 악화를 우려한 고객이 몰리면서 공기청정기와 마스크가 품절됐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