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안 먹고 방과후 마라탕”… 코로나 이후 아동 건강 ‘빨간불’

포스트 코로나, 아동의 신체건강 증진 위한 건강권 보장 토론회
코로나 끝나도 마스크 안 벗는 학생들… 영양불균형 우려
“코로나 이후 아동 식습관·신체활동 변화 파악해야”

기사승인 2023-06-29 18: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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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안 먹고 방과후 마라탕”… 코로나 이후 아동 건강 ‘빨간불’
29일 국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동의 신체건강 증진을 통한 건강권 보장’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은빈 기자

“‘마기꾼(마스크+사기꾼)’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중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마스크를 쓴 채 학교생활을 해왔기에 코로나19가 종식된 지금까지 마스크를 벗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급식을 기피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인 강북중학교 3학년 전예원양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동의 신체건강 증진을 통한 건강권 보장’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3년여만에 일상생활에서의 코로나19 방역규제가 모두 해제됐지만, 그 여파가 아동·청소년에겐 여전한 모습이다. 마스크를 쓰고, 신체활동이 줄어들며 청소년 신체·정신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소위 ‘마기꾼(마스크를 썼을 때와 벗었을 때의 차이가 크다는 뜻의 신조어)’으로 놀림 받고 싶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벗지 않는 학생이 적지 않다. 특히 그 영향으로 급식을 먹지 않는 탓에 영양 불균형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예원양은 “급식을 거르거나 대충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한다”며 “하루를 겨우 버틴 친구들은 하교 후 최고 맵기 단계인 떡볶이나 마라탕 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는다”고 털어놨다.

이는 여러 통계로도 증명된다. 교육부 2022 ‘학생건강체력평가’에 따르면 2019년~2021년 저체력 학생 비율은 12.2%에서 17.7%로 증가했다. 비만 환자도 늘어났다. 질병관리청 학생 건강검사 및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체중 및 비만인 학생이 2021년 30.8%, 2022년 30.5%로, 10명 중 3명 꼴로 과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굿네이버스 ‘2021 대한민국 아동권리지수’ 연구에서도 영양부문 지표가 부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인스턴트 및 편의점 식품 섭취 지표의 경우 △2016년 3.8% △2018년 4.7% △2021년 5.6%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규칙적 식사는 2016년 67.9%에서 2018년 69.4%로 1.5%p 증가했으나, 2021년엔 61.2%로, 2018년 대비 8.2%p 감소했다. 

고완석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은 “코로나19 시대를 지나오면서 우리 아동들의 건강 상태가 어떻게 변화됐는지 명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며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비롯한 생활습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학교와 정부, 지역사회가 관심을 기울여 가정이 아동의 건강권을 챙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 건강권 보장을 위해 가정, 학교, 지역사회의 통합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저체력, 영양 결핍, 영양 과잉 학생을 지원하고, 장애 학생이나 저소득층 학생의 건강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협력이 중요하다. 가정이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사회,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아동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강창범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건강증진사업센터장은 “초등돌봄교실에서 신체활동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식습관 개선, 우울감 해소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시범사업을 해보고 효과가 있으면 신체활동과 정신건강 관한 내용도 함께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연희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과장은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함께 아동 건강권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며 “학교 밖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신체활동의 기회, 교육의 기회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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