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끓는다”… 폭염에 해수면 온도 상승까지

미국·유럽·아시아, 이상기후 이어져
환경 전문가 “기온 상승·극한 기후 적응 노력해야”

기사승인 2023-08-04 06: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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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끓는다”… 폭염에 해수면 온도 상승까지
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2023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아영장 델타구역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블랙이글스 연습 비행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이 펄펄 끓고 있다. 세계 평균 기온은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해 지난 7월 역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다.

이상기후 이어지는 미국·유럽·아시아
폭염·폭우·산불 이어져

극한 폭염은 한국을 비롯해 전 지구적 현상이다.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지난달 역대 최고기온,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7월 평균 낮 최고기온이 섭씨 46도에 달했다. 지난 2020년 8월 종전 기록인 37.2도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 19일에는 무려 48.3도로 정점을 찍으며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한 달 넘게 43도 이상을 유지하며 최장 기록도 깼다.

텍사스주 역시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42도에 달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들로 병원이 북적이는 상황이다. 간호사 로드리고 구티에레즈는 BBC를 통해 “젊은 청년의 체온이 42도까지 올라 병원으로 옮겨졌다”며 “일부는 생체 반응이 없어 심폐소생술(CPR)을 해야 했다”고 했다.

유럽도 기록적인 폭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의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주요 국가에서도 4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5년 만에 최악의 폭염을 겪고 있는 그리스는 관광지를 찾는 이들의 건강을 위해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를 주간에 폐쇄하기로 했다.

아시아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은 최근 50도가 넘는 기온이 관측됐고, 일본도 45년 만에 최악의 폭염을 겪고 있다. NHK에 따르면 도쿄의 한 놀이동산은 지난달 15일부터 열사병을 막기 위해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일 경우 임시휴원을 하기로 결정했는데, 현재까지 폭염이 이어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23명이 온열질환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자 7명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산불까지 잇따라 발생했다.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건조 지대가 크게 늘었고, 여기에 뜨거운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산불이 커졌다. 그리스의 경우 지난달 수도 아테네 인근의 두 지역에서 대형 산물이 발생했고,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서도 산불이 났다.

“지구가 끓는다”… 폭염에 해수면 온도 상승까지
폭염이 이어지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1일(현지시간) 사구아로 선인장이 말라 죽어있다. AFP 연합뉴스

폭염과 함께 미국 버몬트와 인도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상 이변 현상도 이어졌다. 지구 기온이 올라갈수록 더워진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기 때문이다. 가장 습한 여름으로 기록된 지난해 7~8월 파키스탄에선 3300만명 이상이 피해를 입은 홍수가 발생했다. 한국도 지난달 폭염과 극한 폭우가 반복되는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나타났다.

해수면 온도도 상승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전 세계 해수면 온도는 지난 4~6월 시작된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플로리다의 해수면 온도는 온천 온도에 육박하는 38도를 기록했다. 스페인 해양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지중해의 해수면 온도는 28.7도로 신기록을 달성하기도 헸다.

겨울을 맞은 남극의 해빙 면적은 역대 최소치로 줄었다.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는 이달 중순 기준 남극 대륙의 해빙 면적이 1981~2010년 같은 기간 평균 대비 260만㎢ 줄어들었다고 했다. 남한 전체 면적(10만㎢)의 26배에 달한다.

“지구가 끓는다”… 폭염에 해수면 온도 상승까지
2일(현지시간) 심야에 사람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긴 이탈리아 북부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에 앉아 있다. EPA 연합뉴스

기후 전문가들 “비정상적 기후 변화”

극한 폭염, 내년에도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후 변화들을 비정상적인 자연재해로 진단했다. 미국 태평양북서부국립연구소(PNNL)의 과학자 클라우디아 테발디는 “이런 일이 일어날 걸 과거부터 오랜 기간 예측하고 있었다”면서도 “다만 올해는 너무 극단적이며, 이상 현상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나개빈 슈밋 나사(NASA) 고더드우주연구소 소장도 “기록적인 폭염에 충격받거나 놀랍지 않다”면서도 “다만 해수면 온도의 엄청난 상승과 남극 대륙 해빙 면적 감소는 과학자들을 놀라게 할 만큼 이례적이었다”고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폭염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효과와 엘리뇨 현상이 결합하면서 이상 고온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달 1∼23일 지표면의 평균 온도는 16.95도로 역사상 가장 뜨거웠다. 이러한 고온 현상은 이번달에도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가 끓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유엔(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3월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를 통해 각국이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높이지 않으면 오는 2100년 지구 온도가 2.8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 세계기상특성(WWA)도 전 세계 대부분을 강타한 강렬한 폭염은 기후 변화가 아니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지 않으면 산업화 이전 기후보다 2도 더 더운 지구에서 극한 고온이 최대 5년마다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과학자들은 이러한 지구 온난화 추세가 이어지면 산호초 소멸, 빙하 감소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중요한 생태계 일부가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기후위기 가속화
환경 전문가 “기온 상승·극한 기후 적응 노력 필요”

극단적인 기후변화에 대처가 시급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우리나라 지역별 기후변화 전망과 적응정책 차원의 시사점’에서 심창섭 선임연구원 등은 “폭염 빈도와 인구노출은 전국적으로 심하게 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IPCC 6차 보고서의 기후 전망이 비관적”이라며 “국내의 빠른 고령화를 감안하면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다각적인 측면에서 적극적이고 실효적인 적응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정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윤태형 한국산업관계연구원 환경정책센터장은 “기온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이미 올라간 기온을 다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에 유엔과 각국이 기온을 최소한으로 늦추고자 전지구적 대응을 강화하는 협약을 맺는 등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온 상승과 극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사회적으로도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변화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적응은 기온 상승·폭풍·가뭄 등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윤 센터장은 “한국은 지난 2020년 국제 무대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탄소 배출을 줄이고 흡수원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인도 대중교통 사용, 폐기물 발생 억제, 전기 및 가스 아껴쓰기 등 생활 속 실천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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