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한 하정우를 ‘비공식작전’에 담았죠”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8-03 17: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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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한 하정우를 ‘비공식작전’에 담았죠” [쿠키인터뷰]
배우 하정우. 쇼박스 

황무지를 배경으로 빈털터리 꼴이 된 남자가 터덜터덜 걸어간다. 일은 마음처럼 안 풀리고 믿었던 동포에겐 돈가방까지 털린 이 남자. 밤이 되자 무장강도와 들개에게까지 쫓기는 신세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동포를 만난 남자가 울분에 차 욕설을 내뱉자 상영관에는 금세 웃음이 찬다. 

“제 전매특허인 발랄함을 어떻게 녹일지 고민했어요.” 지난달 24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하정우가 특유의 능청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는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에서 외교관 민준 역을 맡았다. 민준은 어수룩하면서도 적당한 임기응변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피랍된 외교관을 구하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겪는다. 영화는 레바논으로 향한 민준이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를 만나 우정을 나누기까지를 다룬 전반부와 구출작전에 나선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에서 웃음을 준다면 후반에선 액션과 서스펜스를 가미했다. 하정우 역시 자신의 연기를 두 갈래로 나눴다.

“민준은 레바논에 별생각 없이 갔어요. 뉴욕이나 LA 주재원으로 가고 싶어서요.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마주하며 달라지죠. 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피랍된 서기관을 보며 심각성을 인지한 거예요. 서기관을 만나기 전까지는 웃긴 분위기가 가능하다는 생각에 연기 톤을 조절하려 했어요. 김성훈 감독과는 이미 호흡을 맞췄던 터라 작업이 더욱 수월했죠.”

하정우는 김 감독과 전작 ‘터널’을 함께했다. 이들에게 ‘비공식작전’은 ‘터널’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었다. 김 감독은 하정우에게 이번 작품을 터널에 갇혔던 이정수(하정우)가 터널 밖으로 나와 생존하는 이야기로 설명했다고 한다. 하정우는 “민준과 판수의 죽이 맞는 코미디로 버디 무비 느낌을 살리는 게 중요했다”고 힘줘 말했다. 웃긴 상황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재미를 주려 했다는 설명이다.

“발랄한 하정우를 ‘비공식작전’에 담았죠” [쿠키인터뷰]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호흡 잘 맞는 감독과 배우가 뭉쳤어도 고민이 없던 건 아니다. 비슷한 소재가 이미 여럿 극장에 걸렸어서다. 제작 전부터 ‘교섭’(감독 임순례), ‘모가디슈’(감독 류승완)와 비교선상에 올랐다. 하정우는 “‘비공식작전’은 진지하지 않은 게 차별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우리의 적은 과거의 전작”이라면서 “비슷한 소재가 있는 만큼 오락영화 본분에 충실하게 기획했다”고 강조했다.

우여곡절 많은 작품이기도 했다. 2018년에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2020년 제작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과거 ‘터널’을 만들 당시 하정우와 김성훈 감독, 제작을 맡은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일본 오사카를 찾아 3박 4일 동안 매일 14시간씩 시나리오 회의를 거쳤다. 하정우는 당시를 회상하며 “‘터널’로 확인한 우리의 성공 방정식을 ‘비공식작전’에 그대로 대입한 것”이라고 했다. 4년 동안 시나리오와 콘티를 고민한 결과가 지금의 완성작이다. 하정우가 결과물에 만족하는 이유다.

‘비공식작전’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2위에 이름 올렸다. 여름 영화 대작으로 꼽힌 경쟁작 ‘밀수’(감독 류승완), ‘더 문’(감독 김용화)과 겨룬 성적이다. 하정우는 “먼저 개봉한 ‘밀수’가 잘 돼야 다른 작품도 시너지 효과를 받는다”며 “영화시장의 대의를 먼저 생각한다. 모든 작품을 전적으로 응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영화시장이 달라진 걸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개봉 3주 전부터 무대 인사 행사를 가진 건 베테랑 배우에게도 새로운 일이었다. 하정우는 “전운이 감돌지만 동시에 긍정적인 기운을 느꼈다”면서 앞으로의 영화 시장을 희망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비공식작전’ 이후 행보를 준비 중이다. 마라토너 손기정 역을 연기한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이 다음 달 개봉을 확정한 상태다. 여기에 ‘허삼관’ 이후 8년 만에 연출자로 복귀하는 ‘로비’ 촬영도 앞두고 있다. 하정우는 “‘비공식작전’이 한여름밤의 선물 같은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면서 “다음 작품도 잘 봐달라”고 웃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