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겟’ 신혜선 “배우는 글을 전달하는 존재”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8-23 06: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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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겟’ 신혜선 “배우는 글을 전달하는 존재” [쿠키인터뷰]
영화 ‘타겟’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타겟’(감독 박희곤)은 현실에 뿌리를 둔 작품이다. 사람들이 흔히 이용하는 중고거래를 소재 삼아 일상에서 겪을 법한 공포를 켜켜이 심었다.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장면도 여럿이다. 찜찜함은 곧 긴장감이 되고, 스릴러 장르에 충실한 여러 장치가 곳곳에서 충실히 기능한다. 주인공 수현 역을 맡은 배우 신혜선은 극 중심에서 전개를 이끈다.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현실적인 이야기와 어우러지자 흡인력은 절로 살아난다. 22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신혜선은 “심장이 두근대는 긴장감을 모두가 느껴주길 바랐다”고 했다.

극 중 평범한 직장인 수현(신혜선)은 중고거래 사기를 당하고 분개한다. 사기범이 올린 글마다 사기행각을 폭로하자 범인은 수현을 표적으로 삼는다. 이후로 수현은 갖가지 불편한 일에 휘말린다. 자신이 올리지도 않은 판매글로 문의 전화에 시달리고, 집으로는 주문하지 않은 음식이 마구 배달된다. 실화에 바탕을 둔 ‘타겟’은 현실 밀착 스릴러를 소개말로 내세운다. 신혜선 역시 이 같은 점에 끌렸다. “일상이 조금씩 침해당하는 두려움”에 공감했다는 설명이다. 방송에서 보던 피해사례가 극에서 펼쳐진 것을 보며 소름이 돋을 때도 있었단다. 

‘타겟’ 신혜선 “배우는 글을 전달하는 존재” [쿠키인터뷰]
‘타겟’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신혜선이 ‘타겟’을 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스릴러 장르를 향한 애정 때문이다. “좋아하는 장르지만 겁이 많아서 결과를 모르면 보기가 힘들더라”고 말을 잇던 그는 “결말을 안 채 연기하니 대리만족할 수 있었다”며 미소 지었다. ‘타겟’은 캐릭터보다 이야기가 더 도드라진 작품이다. 수현은 초능력자거나 괴력을 가진 특수인물이 아니다. 안팎으로 치이는 회사원일 뿐이다.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는 건 쏠쏠한 재미였다. 캐릭터 이야기가 나오자 신혜선은 금세 신이 나 이야기를 풀어놨다.

“장르도 그렇지만 수현이라는 캐릭터가 좋았어요. 그간 연기했던 인물들을 돌아보면 수현이의 캐릭터성은 무색무취에 가까워요. 덕분에 누구나 표적이 될 수 있겠다는 인상을 줄 수 있죠. 저 역시도 특별하게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하지만 수현이는, 무서운 상황에도 두려움에 스러지는 겁쟁이가 아니잖아요. 영웅이지도 않지만요. 정의감이 투철하거나 강단 있는 사람도 아니죠. 수현이의 평범함이 긴장감을 살리는 핵심이라 생각했어요.”

연출을 맡은 박희곤 감독은 신혜선이 표현하려는 감정을 최대한으로 존중했다고 한다. 동선, 카메라 위치 등 기술적인 설명 외에는 어떤 말도 보태지 않았다. 감독이 마련한 자유로운 판에서 신혜선은 자신이 고민한 결과물을 마음껏 쏟아냈다. 수현은 범인에게 괴롭힘을 당할수록 공포에 시달리며 피폐해진다. 신혜선 역시 수현의 감정 변화를 유념하며 표현에 조금씩 차이를 뒀다. 수현이 본격적으로 달라지는 건 “최후 보루라고 생각했던 집에 변화가 생긴 이후부터”다. 수현이 느끼는 공포감이 커질수록 신혜선 역시 더 몰입해 연기했단다.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공포 상황에 자연스럽게 감응했다”는 설명이다.

‘타겟’ 신혜선 “배우는 글을 전달하는 존재” [쿠키인터뷰]
배우 신혜선. 아이오케이컴퍼니 

‘타겟’은 신혜선이 2020년 ‘결백’(감독 박상현) 이후 3년 만에 선뵈는 영화다. 안방극장에서 쉴 새 없이 활약하던 그는 스크린으로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다작의 비결을 묻자 “잘 해내지 못한 채 발만 담근 듯한 느낌이라 더 열심히 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신혜선은 2013년 KBS2 ‘학교 2013’으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다섯. 꿈 많던 신인 배우는 비교적 늦게 데뷔한 만큼 열심히 달리겠다고 결심했다. 신혜선은 지금도 그 당시를 떠올리면 “인생 절반을 너무 나태하게 산 것 같아 늘 갈증을 느낀다”고 했다. “25년을 게으르게 살았으니 50년 정도는 부지런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한단다. 그는 “영화는 장르에의 도전인 반면 드라마는 캐릭터에의 도전”이라고 정의하며 “어떤 작품이든 보는 이에게 내가 본 각본을 생생히 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시작은 단순히 연기가 좋아서였어요. 경험을 쌓일수록 연기가 왜 좋은지 깨달았죠. 모든 매체의 시초는 글이잖아요. 배우는 글을 전달하는 존재예요. 배우를 거쳐 실사로 탄생한 대본과 시나리오가 시청자와 관객에게 가닿는 거죠. 보시는 분들이 대본 속 이런 감정을 꼭 느끼면 좋겠다고 늘 염원하곤 하거든요? 그리고 마법처럼 그걸 알아보실 때가 있어요. 제가 전하려 한 인물의 감정선을 관객이 알아챌 때마다 이런 경험을 계속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져요. 서로 멀리 떨어진 우리, 연기자와 시청자가 글을 공유하는 멋진 순간이 더 많아지길 바라요. 이렇게 재미있는데, 연기를 어떻게 쉬겠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