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가 된 성교육 책… 이다 작가 “현명한 선택 도와야”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08-28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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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가 된 성교육 책… 이다 작가 “현명한 선택 도와야” [쿠키인터뷰]
이다 작가가 쓴 ‘걸스토크’. 이다 작가 인스타그램


성교육 도서인가, 유해 도서인가. 최근 충남 지역에선 일부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두고 금서 논란이 벌어졌다. 지난 5월부터 일부 보수·학부모단체들이 지역 공공도서관에 성교육·성평등·인권 도서 약 120권을 열람 제한하고 폐기 처분하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 시작했다. 해당 책에 부적절한 성적 표현이나 남녀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이유다. 집요한 민원에 일부 도서관들은 해당 도서의 유해성 등을 검토하거나 열람을 제한했다. 반대로 정말 유해한지 ‘금서를 읽어보자’는 독자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하나의 책을 사이에 두고 다양한 의견이 교차하는 상황. 논란이 된 책을 쓴 작가는 이 사태를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까. 2019년 4월 출간된 이다 작가의 ‘걸스 토크’도 논란의 중심에 놓인 책 중 하나다. 최근 서면으로 쿠키뉴스와 만난 이다 작가는 “끈질긴 민원이 있었다고 들었다”라며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다르지만, 원칙을 넘어서 제기하는 불만까지 들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동시에 도서 검열을 원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반대하는 쪽도 목소리를 크게 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의 책 열람을 제한하려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이다 작가는 “내 아이를 안전하고 순수하게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한다”면서도 “알려 주지 않고, 책을 못 읽게 한다고 아이들이 모르는 게 아니다”고 의견을 밝혔다. 오히려 제대로 설명해 주는 게 좋다는 것이다. ‘내 몸에 대해 잘 알도록 돕는 것’이 작가가 생각하는 성교육의 의미다. 그는 “섹스와 임신이 무엇인지 잘 아는 상태에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성교육은) 섹스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흥미를 느끼고 즐기게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작가는 청소년들이 정확하지 않거나 성차별적인 시각을 담은 인터넷 글을 보는 것, 성에 대한 정보를 잘못된 방법으로 접하는 것을 걱정했다. 이다 작가는 “연애를 시작하고 성에 대해 알게 되면 상대방의 욕구와 리드대로 휘둘릴 확률이 높다”며 “잘 설명된 책을 미리 보여주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금서 지정에 반대하는 쪽에선 그 같은 민원을 아동의 읽기권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상황으로 바라본다. 아동도 자신이 읽을 것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아동의 읽기권’을 제한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다 작가도 “아이는 원하는 책을 골라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이에 동의했다. 그는 어릴 때 부모님이 보지 말라던 책을 본 기억을 언급하며 “그렇다고 그 책이 저의 전부가 되지는 않았다. 읽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궁금해져서 그 책을 더 자극적으로 느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금서가 된 성교육 책… 이다 작가 “현명한 선택 도와야” [쿠키인터뷰]
‘걸스 토크’ 본문 이미지. 이다 작가 제공

‘걸스 토크’ 표지엔 “결혼 전까진 오직 키스만 하는 줄” “생리 중. 허리 부러질 거 같아”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이다 작가는 이차 성징, 외모, 성기, 생리, 피임, 마음에 대한 내용을 140쪽 분량에 담았다. 자신의 솔직한 경험담을 담은 대화체에 유쾌한 만화 형식이 눈에 띈다. 탐폰, 생리컵 등 생리용품 후기와 편한 브래지어 추천부터 이차 성징과 외모 콤플렉스, 여성 청소년의 성욕과 자위 등의 내용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걸스 토크’에서 작가는 “불편한 건 당연한 게 아니라고, 고쳐 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지 않아?”라고 마치 친한 언니처럼 질문한다. 책을 쓰면서 여성 청소년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건 공감과 위로였다. 이 작가는 “어릴 때 아이들을 위한 성교육 책이 정말 드물었다”라며 “특히 소녀들을 위한 책은 아예 없었다. 그래서 늘 답답하고, 궁금했다”라고 책을 쓴 계기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다 작가는 애인간의 관계나 스킨십에 무지한 상태로 연애를 시작하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자신의 욕구보다도 남자친구의 욕구 때문에 두렵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관계를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 피임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어린 나이에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생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며 “내 몸과 성에 대해 잘 알고 미리 생각하는 것이 이런 사고를 오히려 막아준다“고 귀띔했다.

“어릴 때 누군가 시원하고 섬세하게 알려주는 언니가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모든 것이 처음이라 혼란스럽고 답답한 소녀들을 위해 쓴 책입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금서가 된 성교육 책… 이다 작가 “현명한 선택 도와야” [쿠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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