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출(output)과 성과(outcome)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 [임성은 교수의 혁신이야기]

글‧임성은 서경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기사승인 2023-12-11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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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출(output)과 성과(outcome)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 [임성은 교수의 혁신이야기]

“수고하고, 고생도 많이 했으니까 인정하고 승진시켜줘야 한다.” 
“아니다. 고생한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과가 있어야 한다.”

구성원의 일정 기간 행위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준이나 방법을 놓고 이렇게 의견이 맞선다고 하자. 어느 쪽이 더 타당하게 보이는가? 호봉제와 연봉제의 다툼도 이런 케이스일까?
 
영리(營利)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에서는 이윤을 모든 평가의 중심에 놓는 경향이 뚜렷하다. 실적에 기반해 고과를 매기는 흐름이 확산되는 현실이 잘 말해준다. 공공(公共)의 영역에서는 성과를 정의하는 방법부터가 다양해서 이를 단일 잣대로 평가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다 보니 동료들의 노고에 편승하는 무임승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요령껏 비위를 맞추는 데 급급하거나, 지시가 떨어져야만 움직이는 복지부동형 공무원들의 사례는 이런 데에서 기인한다. 공공부문의 ‘정책(사업) 평가’는 명확한 방법이 있음에도 물타기 하기도 한다. 정책을 평가하는 프로그램 이론의 로직 모델을 참고할 만하다. ‘투입(input)-활동(activity)-산출(output)-성과(outcome)'로 이어지는 프로세스가 대표적이다. ‘산출’과 ‘성과’를 동일시 내지 혼동되는 게 그동안의 패턴이었다면, 이 둘을 엄격하게 분리하면 기존에 제기된 문제해결에 매우 효과적이다.
 
인천공항 건설사업의 경우, 공항의 개항(開港)은 ‘산출’에 해당한다. 승객, 항공편, 화물 등 물동량은 ‘성과’로 잡힌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목표달성률이다. 2청사까지 확장되었고 친절도평가 등도 훌륭하지만 한중일을 잇는 동북아시아의 허브공항 목표를 돌이켜보면 성과가 달라지게 된다. 
 
다른 사례도 찾아보자. 기초지자체 곳곳에 들어선 청소년수련관은 시설이 훌륭하고 이용자도 꽤 많은 편이다. 하지만 청소년수련관에는 청소년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상황을 고려하면 누구를 위해 왜 만들었는지, 목적 달성, 성과평가가 제대로인지 돌아보게 된다. 
  
상상어린이공원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공간,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놀이기구가 즐비하다. 예산을 투여한 물리적 시설 즉 아웃풋(산출)은 존재한다. 이용자도 제법 몰린다. 문제는 이용자 상당수가 어르신들이라는 점이다. 어린이를 위한 공원이라는 사업 취지가 무색할 정도이니 아웃컴(성과) 달성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동마다 경로당이 있고 식사 및 연료비 등을 지원하지만 소수의 힘 있는 어르신 위주로 이용한다면 어떤 성과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한강 다리위의 카페는 차 없는 시민이 한강공원에 쉽게 갈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서 관리실을 창의적으로 개조한 것인데, 아웃풋과 아웃컴이 달라진 사례이다.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정부지원도, 다년간 사업에도 대표공연 하나를 못 만들었다면, 건강보험 보장범위를 확대했으나 시민의 건강권보장보다는 과잉검사와 실손보험사의 이익만 가져왔다면 성과는 달리 보아야 한다. 
  
119와 112에 시설투자를 아낌없이 하였으나, 이태원 사고에서 보듯 응급환자 분류나 이송체계에 문제가 생기고, 출동인력의 현장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면 아웃풋은 있으나 아웃컴에는 비상이 생긴다. 
  
R&D 같은 경우도 연구보고서는 전형적인 아웃풋이고, 실용성이나 활용도가 없다면 계속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권차원의 대표적 사업인 88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에도 경기장 건설과 성공적 대회 개최는 아웃풋 정도이다. 체육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수출입 증대, 관광객 유치 등 중장기적 국익에 도움이 나타났다면 아웃풋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서 각별히 유의할 것은 ‘99퍼센트 달성했다’는 점이다. 항공기나 열차 운행에 99퍼센트 문제가 없었더라도 부족한 1퍼센트는 사고로 이어진다. 교량이나 자전거도로를 99퍼센트 완성했더라도 부족한 1퍼센트때문에 성과달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중대재해나 고독사 예방사업 등에서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결과값은 입력 변수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많이 투여하면 많은 산출을, 적게 투여하면 적은 산출을 낳는다. 한때 공공 영역은 이 원칙에 충실하면 그만이었다. 이제 시대는 산출 너머의 성과를 공공 영역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 마주한 2030부산엑스포 성적표는 그래서 더 곤혹스러움을 남긴다. 일하는 방식과 중요한 가치, 이를 반영한 평가가 필요한 이유이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