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부동산 PF 위기…건설업계, 도미노 폐업‧부도 우려

기사승인 2024-04-16 06: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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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부동산 PF 위기…건설업계, 도미노 폐업‧부도 우려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는 ‘건설업계 4월 위기설’에 대해 일축하고 있으나 업계에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스스로 문을 닫거나 부도 처리 난 건설사가 전년 대비 3배 증가하는 등 건설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부산 대표 전문 건설사 A가 최종 부도처리 됐다. A 건설사는 50년 업력을 갖춘 지역 대표 업체다. A 건설사의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 평가액은 487억4150만 원으로 부산에서 3위, 전국에서 49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해당 업체는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인해 경영난에 시달리다 부도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건설사를 시작으로 업계에 부도 위기가 번지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도 처리된 건설사(금융결제원 홈페이지 공시되는 당좌거래 정지자 중 건설업체 현황)는 지난 1월 3곳, 2월 2곳, 3월 4곳 등 총 9곳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부도 업체 수(3곳)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 1곳 △경기 1곳 △부산 2곳 △광주 1곳 △울산 1곳 △경북 1곳 △경남 1곳 △제주 1곳으로 조사됐다. 부도처리 된 건설사 9곳 중 7곳이 지방에 위치한 건설사인 셈이다.

업계에서 번지는 부정 신호에 신규 등록 업체는 줄고 폐업하는 업체는 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건설업 신규 등록업체 수는 104곳으로 지난해 동월 (333곳) 대비 68.7% 감소했다. 앞서 지난 1월과 2월에도 지난해 동월 대비 각각 83.2%, 78.4% 줄었다.

반면에 지난달 종합건설업 폐업 건수는 104건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25.3% 증가했다. 폐업 건수는 지난 1월(35건)과 2월(68건)에도 각각 12.9%, 33.3% 증가했다. 전문건설업 폐업 건수 역시 지난달 618건으로 같은 기간 10.7% 늘었다.

‘시한폭탄’ 부동산 PF 위기…건설업계, 도미노 폐업‧부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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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다가오는 ‘PF 상환’ 시간

건설업계는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와 미분양 증가 등으로 인해 프로젝트파이낸싱 PF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9월(134조원) 대비 3개월 만에 1조6000억원이 늘었다.

특히 올 연말까지 14조원이 PF 만기에 도달하는 가운데 절반 이상인 54.8%(8조2000억원) 브리지론이다. 상당 규모는 지난해 이미 만기가 도래해 본PF 전환에 실패했고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지론은 부동산 시행사들이 사업 초기에 사용하는 비용(토지 매입·인허가 등)을 융통하는 고금리 단기 차입금으로 사업이 지연돼 본PF로 넘어가지 못할 경우 막대한 손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PF를 상환하지 못해 공매로 나온 물건이 쏟아지고 있으나 낙찰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지난 3월 넷째 주까지 부동산 신탁사의 대지 매각 공매 건수는 총 77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5건 대비 3.5배 이상 급증했지만 낙찰되는 물건은 고작 12건(1.5%)에 불과했다.

실제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영동프라자’는 철골 구조물을 올리던 중 공사가 전면 중단돼 방치된 상태로 알려졌다. 시행사였던 삼양엘앤디가 2000억원대 브리지론 상환과 프로젝트파이낸싱에 실패해 사업장이 공매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 시행사도 지난 3월 만기가 도래한 PF 대출금 943억원을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도 공사비 정산을 받지 못해 미수금이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고금리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PF 부실 문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더한다. 금융시장은 중동 전쟁이 확전 기로에 놓이며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15일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유 부총재는 “향후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공급망 상황 변화에 따라 국내외 실물경제 불확실성도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면 우리나라 국채금리는 물론 다른 채권금리에도 연쇄적으로 오르기 마련”이라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시기가 자꾸 늦어질 경우 우리나라 부동산시장 회복도 그만큼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총선 이후 부동산 PF 문제가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세제개편안이 시급한데 다소 어려워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분양과 PF 해결을 위해 정부가 공공지원민간임대리츠·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 도입을 밝혔으나 야당 승리로 인해 불확실해진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으로 볼 땐 큰 위기를 맞는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신생아특례대출로 인해 다소 거래가 살아나고 있는 측면도 있으나 이는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라며 “금리도 다시 오르는 상황에서 위기를 돌파할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라고 우려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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