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댐 피해 연간 480억원…수십 년째 지역발전 걸림돌

화천군, 화천댐 건설에 따른 지역 피해 규모 첫 조사
댐 유지 효용 대비, 지역에 전가되는 누적 피해 막심
지역사회 불만여론까지 팽배, 합리적 대안 마련 절실

입력 2024-04-16 10: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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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댐 피해 연간 480억원…수십 년째 지역발전 걸림돌
화천댐 방류(화천군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화천댐으로 인해 댐 소재지 화천지역의 피해 규모가 연간 480억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화천군이 최근 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휴전 직후인 지난 1954년부터 2022년까지, 69년에 걸쳐 발생한 직·간접적 피해가 총 3조335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단위로는 48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조사 결과, 7.91㎢에 달하는 농경지와 266동의 가옥이 수몰됐고, 1400여명의 이주 주민이 발생했으며, 수몰된 도로의 총연장이 무려 6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1965년 이후 현재까지 화천댐의 전력생산 규모가 1525만6341㎿, 판매금액은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디.

이는 피해규모에 비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지의 피해에 비례한 합리적 정책적 대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화천은 풍부한 수자원으로 인해 ‘물의 나라’로 불리고 있지만, 정작 지역 상수도 보급률은 전국 군단위 지자체 중 최하위권인 68.1%에 그치고 있다.

당장 2027년부터 통합 상수도 시설공사를 위해 수백 억원을 지방비로 충당해야 하는 처지다.

지역 주둔 중인 군부대 상수도 보급률 역시 20~30%에 그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군은 화천댐으로 인해 광활한 부지가 수몰됐으며, 이로 인해 지방세수는 물론 농업, 내수면 어업, 서비스업, 관광업 등 수많은 분야에서 천문학적 규모의 기회비용 상실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수몰로 인해 매년 들어가지 않아도 될 도로 개설 및 보수, 거주 주민을 위한 별도의 사회간접자본 투입 등 재정적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몰지역은 지금이라도 댐이 해체되면, 비옥한 농지로 사용될 수 있으며, 새로운 주거단지와 연계한 기반시설 부지로도 사용될 수 있는 요지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는 효용도 적고, 규제를 양산하며, 피해만 누적시키는 화천댐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환경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화천댐 용수 사용을 발표하면서 댐 소재지인 화천군과 강원도를 사실상 ‘패싱’하자 지역여론도 들끓기 시작했다.

과거 화천댐은 준공 이후 한때 국내 전력의 주요 공급원이었지만, 발전용 댐의 증가, 원자력 발전 등으로 인해 전력 공급비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아울러 준공 이후 안전진단 결과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것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그러나 화천댐으로 인한 피해를 앞으로도 화천군만이 온전히 감수해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천댐의 피해에 대해 보다 근본적이고, 정직한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천=한윤식 기자 nssys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