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안망] 동네 지리 훤한 백수 김○○…이 ‘알바’ 시작했다

기사승인 2021-05-01 07: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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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치며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자조하는 2030세대. 그러나 사람의 일생을 하루로 환산하면 30세는 고작 오전 8시30분. 점심도 먹기 전에 하루를 망하게 둘 수 없다. 이번 생이 망할 것 같은 순간 꺼내 볼 치트키를 쿠키뉴스 2030 기자들이 모아봤다.

[이생안망] 동네 지리 훤한 백수 김○○…이 ‘알바’ 시작했다
그래픽= 이희정 디자이너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30대 여성. 퇴사 3개월 차. 늦은 밤 백수 김○○의 고민이 시작됐다. 재취직 준비 중 가볍게 돈을 벌 방법이 뭔가 없을까. 서른이 넘은 나이,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일하기도 살짝 망설여진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조차도 귀해진 현실. 김○○은 ‘이생망!’을 외친다. 헛헛한 마음에 전날 배달 받은 치킨을 데우려 냉장고를 연 순간. 문득, ‘일반인 배달’이라는 선택지가 그의 머리를 스친다. 동네 지리는 누구보다 훤한 김○○. 그 앞에 ‘배민커넥트’, ‘쿠팡쿠리어’, ‘우리동네 딜리버리(우딜)’ 3가지의 갈림길이 나타났다. 어떤 걸 도전 해볼까? 

일반인 배달이 뭔데? : 각 3개의 애플리케이션(앱)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GS25에서 내놓은 일반인 배달 플랫폼이다. 별도의 장비 없이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배달원으로 일할 수 있다. 도보,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중 각자의 상황에 맞는 이동 수단을 선택해 배달에 나서면 된다.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만큼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생안망] 동네 지리 훤한 백수 김○○…이 ‘알바’ 시작했다
그래픽= 이희정 디자이너
배민커넥트 : 여러 측면에서 무난하다. 사실상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반인 배달을 유행시킨 곳답게, 앱의 편의성과 활동의 자유도 등 초보자가 첫 체험을 하기에 적합하다. 다만 무난하다는 것 자체가 장점이자 단점이다. 추가 금액을 얹어주는 프로모션이 줄어들고, 경쟁자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반면, 좋은 주문을 뺏기기도 쉬워 노력 대비 고생만 할 수 있다. 배달 중 다른 주문을 받을 수 있어 동선을 잘 짠다면 동시에 2건 배달까지 가능하다. 가령 가까운 위치의 A, B 음식점에서 상품을 연이어 받아 목적지인 C에 들렀다 D로 가는 ‘묶음 배달’이다. 능숙해지면 원하는 시간에 쉬지 않고 배송할 수 있어 시간당 최저시급(8720원) 이상의 소득도 가능하다. 

깨알정보 : 초보 배달 상태서 묶음 배달을 시도했다간 오히려 동선이 꼬여 택시를 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동선을 잘 짰더라도 음식이 가방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 역시 고려해야 한다. 가령 피자 배달에 피자가 또 겹치면 먼 거리를 손으로 들고 가야한다. 이외에도 몇몇 가게는 배달 속도가 느려 ‘도보 배달은 받지 않는다’고 표시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문을 받으면 꼭 ‘상세 주문’을 확인하자. 

[이생안망] 동네 지리 훤한 백수 김○○…이 ‘알바’ 시작했다
그래픽= 이희정 디자이너
쿠팡쿠리어 : 배민커넥트의 후발주자로 최근 상승세인 플랫폼이다. ‘AI배차’, ‘평점 시스템’ 등 호불호가 엇갈린다. 쿠팡쿠리어는 앱에서 따로 주문을 잡을 필요 없이 AI가 배달원의 위치, 거리에 따라 주문을 잡아준다. 배달원은 수락 or 거절 두 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 언뜻 편해 보이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원치 않는 주문을 받아야 할 때가 있는 게 단점이다. 거절률이 높으면 주문이 잘 잡히지 않는 페널티를 받기 때문이다. 모든 배달원은 수락률, 배달 완료율, 고객 평점 등으로 산출된 등급을 받는다. 등급이 높을수록 거리가 짧거나 인기가 많은 주문에 대한 우선권이 부여된다. 즉, 빠르고 정성스럽게 배달할수록 보상을 얻을 기회가 더 많다.

깨알정보 : 배달이 늦거나 음식이 흔들리면 고객들의 ‘싫어요!’가 쌓여 평점이 계속 떨어진다. 이러면 주문 배정 순위가 밀려 휴대전화만 보며 ‘멍 때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배민커넥트와 달리 쿠팡쿠리어는 ‘묶음 배달’이 불가능한 것도 알아둬야 한다. 배달 1건이 끝날 때까지 다른 주문을 받을 수 없어 이후 10분이든 1시간이든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쉬지 않고 많은 배달을 하고 싶으면 더더욱 평점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이생안망] 동네 지리 훤한 백수 김○○…이 ‘알바’ 시작했다
그래픽= 이희정 디자이너
우딜 : 편의점 GS25에서 내놓은 도보 배달 전용 앱이다. 배달원 근처의 GS25에서 물건을 받아 주문지로 전달하면 된다. ‘뚜벅이’ 전용 앱답게 픽업지와 주문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손쉽게 배달할 수 있다. (지역과 시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운이 좋을 경우, 건널목 하나 지날 정도의 배달만 하고 2800원을 벌 수 있다. 대부분 음식류가 아닌 과자, 라면 등 가벼운 상품인 것도 장점이다. 음식점과 달리 상품 준비 시간이 짧고, 식었거나 흔들릴까 마음 졸일 필요도 없다. 우딜에도 평점 시스템이 존재한다. 다만 고객 평점과 같은 ‘살벌한’ 평가가 아닌 수행 건수가 누적되면 누적될수록 ‘레벨’이 오르는데, 이에 따른 프로모션 등 혜택이 주어진다. 가입 방법도 배민과 쿠팡에 비해 비교적 짧고 간단하다.

꺠알정보 :  ‘가뭄에 콩 난다’ 할 정도로 주문이 너무 없다. 최근 도보 배달원이 늘면서 그나마 있던 주문이 몇 초 만에 사라지는 일도 잦다. 서울시 강남권이 아닌 다른 지역이라면 일주일 동안 앱을 켜놔도 한 건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편의점 물건 특성상 취소 건이 잦은 것도 단점이다. 최악의 경우, 어렵게 주문을 잡고 편의점으로 향하던 중 주문을 취소당해 허탕만 치는 일도 맞이할 수 있다. 

소소한 마무리 TIP. 

가입 방식은 큰 틀에서 3가지 플랫폼 모두 차이가 없다. ①앱 설치, ②이동 수단과 지역 선택, ③사전교육 듣기, ④배달 준비 총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교육이라고 해서 쫄지 말자. 안전교육과 앱 활용법 등을 알려준다. PC나 휴대전화로도 들을 수 있다.) 음식을 담을 보냉백을 제공하는 플랫폼과 그렇지 않은 플랫폼이 있다. 직접 구매해야 하는 플랫폼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걸 추천한다.

얼마를 벌 수 있는지 알아두면 좋다. 도보 배달 기준으로 배민커넥트는 700m 초과 1㎞ 이하 배달에 2900원을 받는다. 쿠팡쿠리어는 2500원 최소금액에서 1.5㎞ 이후 100m당 70원이 더 붙는다. 우딜은 1.5㎞ 반경 내에서 2800~3200원 사이로 책정된다. 단, 이는 기본요금일 뿐 배달에 직접 나서보면 날씨와 지역, 등급 등 프로모션에 따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기회가 생긴다. 

ist1076@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