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해열 주사라도…병원 좀 가게 해주세요”[놀이터통신]

응급진료 제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부족

기사승인 2022-03-07 13: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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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해열 주사라도…병원 좀 가게 해주세요”[놀이터통신]
응급출동차량. 사진=박효상 기자

요즘 열나면 죄인입니다. 동네 병·의원에 가려면 코로나19 전담 병원을 찾아 신속항원검사 후 진료를 받아야 하고, 그마저도 진료 시간이 끝난 저녁에는 치료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대학병원, 종합병원 응급실은 격리실이 마련돼있지 않으면 갈 수가 없어 빈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의료진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실제 아픈 사람 입장에선 섭섭하고 답답한 건 사실입니다. 아파지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죄인처럼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에 울분을 쏟아내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번주 담낭(쓸개)염 수술을 앞둔 환자 A씨(여·33세)는 고열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가 오히려 고생만 하고 왔다고 토로했습니다. A씨는 계속되는 고열 증상으로 지난주에만 4번의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을 받았습니다. 담낭 염증 수치가 높아면서 고열 증상도 이어지자 내과 전문의는 A씨에게 “응급 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니 상급병원 응급실로 가라”로 권했습니다.

A씨는 대학병원 응급실 2~3곳에 전화를 했지만 신속항원검사 음성 결과에도, 열이 나기 때문에 받아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격리실이 아예 없거나 빈자리가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을 무작정 찾은 A씨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응급실에 들어가기까지 약 7시간이 걸렸습니다. 고열로 병원을 찾은 다른 환자들과 응급실 앞에서 진을 치고 이름이 호명될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이 A씨는 39도까지 열이 오르고 어지러움도 느꼈지만 응급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A씨는 “신속항원으로 4번, PCR로 1번 음성을 확인했다. 코로나19로 열이 나는 것도 아닌데도 응급실이 받아주질 않는다”며 “코로나19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A씨와 같은 성인은 물론, 고열에 더 취약한 아이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생후 14개월 자녀를 둔 B씨(32세)는 6일 밤 40도까지 열이 오른 아이 때문에 뜬눈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전화했지만 격리병상에 자리가 없어 받아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B씨는 병원 몇 곳을 더 연락해 본 끝에 자가진단키트 음성만으로도 고열인 아이를 받아주겠다는 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사례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부모들은 “확진되지도 않았는데 열이 난다는 이유로 응급실에서 아이의 치료를 거부하는 일이 있어 너무 걱정된다”고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6살 아이를 둔 엄마가 “병원 문을 열어달라”며 “아이가 작년 10월 파라바이러스에 걸려 40도에 임박하는 고열에도 응급실에서 수액하나 조차 맞을 수 없었고 문전박대를 몇 번 당했다. 아이가 어릴적 열 경기를 앓아 저는 (아이가) 열만 나면 가슴을 졸인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부도 마냥 손을 놓은 것은 아닙니다. 코로나 확진 후 고열로 영유아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잇따르자 ‘소아 응급치료센터’라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전국 소아특화거점전담병원은 지난 4일 기준 28곳, 대면진료만 가능한 외래진료센터는 44곳에 불과합니다. 아직 소아특화거점전담병원이 한 곳도 없는 지역도 있어 추가 지정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