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역할 봐야”…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곳곳서 진통

기사승인 2023-06-20 19: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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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역할 봐야”…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곳곳서 진통
KBS 사옥 외관. KBS

정부가 추진하는 TV수신료 분리징수 도입을 두고 곳곳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김의철 KBS 사장은 사퇴를 거론하며 분리징수 철회를 요구했고, EBS도 입장문을 내 “분리징수가 현실화하면 공적 역할이 크게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6일 입법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2000건 넘는 입법의견이 쏟아졌다.

20일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입법예고엔 이날까지 2300여개의 의견이 달렸다. 이달 입법예고된 개정안 76건의 입법의견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수다. 의견을 살펴보면 TV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하는 주장이 많다. “대안 없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진행하는 건 공영방송 역할을 축소하려는 의도”, “졸속진행에 반대한다”, “공영방송과 재난주관 방송으로서 사회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 같은 의견이 나온다.

반면 분리징수에 찬성하는 쪽에선 “지상파를 전혀 보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시청료를 내는 건 세금을 근거 없이 징수하는 것과 같다”, “KBS가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방만한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공영방송으로 중립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을 두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입법예고 기간을 열흘로 정했다. 일반적인 입법예고 기간(40일)보다 한 달 가까이 짧다. 방통위는 긴급한 사안의 경우, 법제처와 협의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BS는 21일 헌법재판소에 입법예고 기간 단축과 관련한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헌법소원 본안 결정 전까지 시행령 개정절차를 멈춰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도 낼 계획이다.

“공영방송 역할 봐야”…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곳곳서 진통
김의철 KBS 사장은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분리징수가 철회되는 즉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KBS

TV수신료의 3%를 받고 있는 EBS도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우려를 나타냈다. 교재 판매와 광고 등 상업적 재원도 줄어든 상황에서 TV수신료마저 쪼그라들면, 공영방송으로서 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EBS는 전날 낸 입장문에서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로 급증하고 코로나19 이후 교육 격차가 극심해진 가운데 EBS의 공적 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돼야 할 때”라며 “TV수신료 축소로 인해 EBS의 공적 역할이 크게 후퇴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익명을 요청한 현직 KBS PD는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처럼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로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면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유튜브와 OTT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시청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수신료 징수방식이 달라질 수는 있으나, 공적 콘텐츠의 역할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게 해당 PD의 주장이다.

그는 또, “지금은 ‘TV를 시청하지 않는데도 수신료를 내는 것이 정당하냐’는 프레임 안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TV 시청자가 줄어들어도 공영방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공영방송의 가치와 필요성은 무엇인지 같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공공 영역이 취약한 한국에서 공영방송의 더 위치가 위험해지는 양상으로 흐를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홍식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방송협회가 이날 발간한 계간지에서 “공영방송이 그간 한국 사회에 제대로 된 역할이나 기능을 해왔는지 점검하고, KBS를 포함한 공영방송 시스템의 유지·강화 또는 해체·민영화가 필요한지 논의하길 바란다”면서 “공영방송이 유지·강화돼야 한다는 전제 아래, 공영방송의 공적재원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민영방송과는 다른 편성 내용 다양성 책무를 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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