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서 동성애 규제 반대 퍼포먼스 펼친 영국 록밴드

기사승인 2023-07-24 10: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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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서 동성애 규제 반대 퍼포먼스 펼친 영국 록밴드
말레이시아 음악 축제에 출연한 영국 록밴드 더 1975.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록밴드 더 1975가 말레이시아 음악 축제에서 공연하던 중 당국의 동성애 규제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해당 축제는 즉각 문을 닫았고, 밴드는 인도네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 예정했던 공연을 취소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더 1975는 전날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굿 바이브스’(Good Vibes) 축제에서 두 남성 멤버가 키스하는 연출을 선보였다. 보컬 매트 힐리는 말레이시아의 동성애 규제를 겨냥해 욕설을 남기기도 했다.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최장 20년형이 선고될 수 있는 중죄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다음날 축제를 전면 취소하고, 향후 더 1975의 국내 공연을 불허하기로 했다.

더 1975는 이 사건 이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와 타이베이에서 열려던 공연을 취소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이슬람 교도가 많은 곳으로, 동성애가 불법은 아니지만 금기시되고 있다. 다만 밴드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대만에서의 공연도 함께 취소했다. 자세한 취소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현지 성 소수자 사회는 더 1975의 돌발 퍼포먼스에 우려하는 모습이다. 해당 사건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탄압이 거세질 것을 염려해서다.

말레이시아에서 드래그 퀸으로 활동하는 카르멘 로즈는 영국 BBC에 “(더 1975는) 제멋대로 굴었다”며 “그가 성 소수자를 위해 그런 퍼포먼스를 한 것이라면, 그로 인해 우리가 겪어야 하는 일도 알았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더 1975 쪽 소식통은 신문에 “매트 힐리는 오랜 시간 성 소수자들을 옹호해왔다. 밴드는 자신들의 성 소수자 팬과 그들 사회를 지지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