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률 낮은데 변이까지… “코로나19 고령층 대책 시급”

7월 넷째주 코로나 확진자 3일 연속 5만명 넘어
질병청, 감염병 4급 전환 준비… XBB 변이 맞춤형 백신 도입 예정
지난해 40% 넘던 백신 접종률은 올해 30%대로 감소
전문가들 “접종 호응도 떨어져… 고령층 등 고위험군 대비해야”

기사승인 2023-08-03 06: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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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률 낮은데 변이까지… “코로나19 고령층 대책 시급”
쿠키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확진자수가 5주째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방역당국은 올해 초부터 감염병 등급을 낮추면서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백신·치료제 활용을 강화할 것이라 밝혔지만, 정작 백신 접종률은 저조해 약물을 폐기하는 수순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명확한 접종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0시 기준 최근 일주일간 일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4만5529명으로 전주(3만8803명)보다 17% 증가했다. 5주째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달 25일에는 5만814명, 26일 5만7220명, 27일 5만1243명을 기록했다. 하루 확진자가 5만명을 넘어선 건 지난 1월11일(5만4315명)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위중증 환자, 사망자 또한 늘어났다. 7월 넷째주 일평균 재원 위중증 환자는 174명, 사망자는 13명으로 전주와 비교해 각각 19.7%, 72.5% 증가했다. 6월 첫째주 재원 위중증 환자 153명, 사망자 9명인 것과 대조해도 높은 수치다. 7월 중순 치명률은 0.02~0.04%로 오미크론 유행기인 지난해 1월(0.83%)보다 낮지만 80대 치명률은 1%, 70대는 0.4%대로 높게 유지하고 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2일 브리핑을 통해 “백신접종 후 시간 경과로 인한 면역 감소, 방역단계 하향 이후 마스크 미착용, 더위로 인한 실내생활 증가 등의 영향으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큰 위협을 다시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며 “현재 방역상황을 고려해 감염병 4급 전환 준비를 착실히 마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행하는 변이는 오미크론 XBB 1.9.2.5 계열이다. 방역당국은 기존 변이에 비해 위험도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는 10월 XBB 계열 변이를 기반으로 한 백신을 도입해 예방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다. 

방역당국은 감염병 4급 전환 이후 65세 이상 고령자,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게 집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는 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치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과 치료제 투여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현재 백신 접종률이 뒤따라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백신 접종률 낮은데 변이까지… “코로나19 고령층 대책 시급”
60세 이상 월별 코로나19 추가 접종률.   질병관리청

질병청으로부터 받은 60세 이상 월별 코로나19 추가 접종률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백신 3차 접종률은 90.2%, 4차 접종률은 44.3%에서 멈췄다. 올해부터는 3, 4차 접종을 나누지 않고 동절기 추가 접종으로 묶어 분석했는데, 접종률이 34.5%로 지난해 추가 접종률보다 떨어졌다.   

낮은 접종률 탓에 백신 물량은 남아돈다. 수입산 백신의 경우 2021년 2억128만 회분이 도입됐지만 2186만 회분은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됐다. 올해 하반기와 2024년 유효기간 만료가 예정돼 있는 백신 물량 또한 3448만회분에 달한다. 국내 백신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동절기 추가 접종부터 올해 7월29일까지 총 2832회분이 사용됐다. 모더나 2가 백신 23만1818회분, 화이자 89만2765분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은 “국내에 수급되는 백신은 XBB 1.5에 대해 드라마틱한 효과가 기대되지 않아 외면 받고 있다. 하지만 당장 확산세가 나타나고, 감염병 단계가 4급으로 조정되면 감염 위험성은 더 커진다. 이전에 접종한 백신 효과가 떨어지면서 고령층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고위험군을 비롯해 국민의 백신 수용성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산 백신은 물론, 해외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앞으로 백신이 유료화되고 독감처럼 1년에 두 번 가량 추가 접종을 받아야 하는데 백신 수급과 대상, 가격 등에 제한점이 생기면 접종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XBB 타깃 백신이 들어오기 전까지 변이바이러스에도 비교적 효과가 유지되는 치료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고위험군에 대한 명확한 접종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백신 접종률이 30% 미만으로 떨어진다면 동절기 재유행 때 인명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며 “정치인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코로나19 예방접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힘쓰고 고령층 사이에서 퍼지는 잘못된 정보 유통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생산 기업들은 가을·겨울 대유행 확산을 대비해 업그레이드된 백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화이자는 생후 5개월 이상부터 접종이 가능한 오미크론 XBB 19.6 코로나 백신 허가 신청서를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 제출한 상태로, 빠른 출하를 위해 생산도 이미 시작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XBB 변이바이러스를 대비한 코로나19 백신을 임상 중이며, 향후 질병청의 접종 계획에 따라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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