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운동에 서부극 한 스푼 ‘도적: 칼의 소리’ [더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3-09-20 06: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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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운동에 서부극 한 스푼 ‘도적: 칼의 소리’ [더 볼까말까]
‘도적: 칼의 소리’ 스틸. 넷플릭스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의 추석 불패 신화가 올해도 이어질까. 결과가 궁금하다면 오는 22일 공개되는 드라마 ‘도적: 칼의 소리’(이하 도적)를 볼 일이다. ‘도적’은 1920년대 간도를 배경으로 주인공 이윤(김남길)이 이끄는 도적단과 이광일(이현욱)을 주축으로 한 일본군, 친일파로 위장한 독립운동가 남희신(서현) 등이 부딪치는 이야기. 쿠키뉴스가 미리 본 1~4화는 항일운동의 뜨거움과 액션 ‘떼주물’(주연이 여러 명인 멀티캐스팅)의 쾌감 서부극 색깔로 엮어냈다. 만듦새가 엉성하진 않은데, ‘한 방’이 없는 게 못내 아쉽다.

이윤은 원래 양반 집안에 딸린 노비였다. 그의 주인은 권력에 기생해 나라는 뒷전인 매국노였다. 주인집 아들 이광일도 그 피를 물려받았다. 자신을 일본인으로 여기며 군에 충성한다. 경술국치 이후 함께 일본군에 복무하던 이윤과 광일은 의병 진압을 빙자한 민간인 학살에 투입된다. 이름하여 ‘남한대토벌작전’. 이윤은 자신이 벌인 일에 죄책감을 느껴 간도로 떠난다. 그곳에서 한때 의병장이었던 최충수(유재명)를 만나 도적단을 꾸린다.

명색이 도적이지만 이윤과 충수는 간도에 사는 조선인을 지키는 데 헌신한다. 사건은 조선총독부 철도국 과장인 남희신이 간도에 오면서 벌어진다. 희신은 겉으로 친일파처럼 보이지만 실은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 중인 독립운동가다. 희신은 간도 철도 건립에 쓸 돈을 가로챌 계획을 세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충수는 희신을 노린다. 광일은 희신과 결혼을 약속한 사이. 누군가 철도 건립 자금을 노린다는 첩보를 입수한 그는 군대를 이끌고 간도로 향한다. 물러설 데 없는 세 세력의 싸움은 그렇게 시작된다.

항일운동에 서부극 한 스푼 ‘도적: 칼의 소리’ [더 볼까말까]
‘도적’에서 언년이를 연기한 배우 이호정. 넷플릭스

더 볼까

속이 뻥 뚫리는 액션 드라마를 기다렸다면 ‘도적’이 제격이다. 미국 서부극의 매력을 1920년대 간도로 옮겨왔다. 조동신 무술감독이 “모든 장면이 관전 포인트”라고 자신했을 만큼 화려한 액션이 자주 화면을 수놓는다. 말을 타며 장총을 휘두르는 이윤에게선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감독 김지운)의 박도원(정우성)이 스치기도 한다. 조선 최고 명궁 충수, 저격왕 강산군(김도윤), 격투에 강한 금수(차엽) 등 캐릭터마다 개성이 뚜렷해 ‘떼주물’의 재미도 보장한다. 그중에서도 청부살인업자 언년이를 맡은 배우 이호정의 활약이 눈에 띈다. 길쭉한 팔다리로 시원시원하게 액션을 소화한다. ‘오징어 게임’의 정호연을 이어 넷플릭스가 키운 또 한 명의 모델 출신 배우로 이름을 떨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만 볼까

편하게 볼 만한 작품은 아니다. 액션, 연기, 음악 등 모든 면이 과잉됐다. 대부분의 캐릭터가 비장하게 등장한다. 몇몇 배우들은 연기에도 과하게 힘이 들어간 인상이 짙다. 감정이 이완될 틈이 없어 이야기나 캐릭터에 정을 붙이기도 전에 속이 부대낄 수 있다. 가장 과한 것은 음악이다. 주요 장면마다 전자음이 가미된 팝 스타일의 곡이 흐르는데,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선하긴 하지만 작품의 톤앤매너와 동떨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추석 연휴 공개됐던 ‘수리남’이나 2021년을 달군 ‘오징어 게임’과 비교하면 이렇다 할 파격이 부족하다. 한국 근대사를 모르는 외국인 시청자가 이야기의 배경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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