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CAR-T 치료제’ 개발 경쟁…혈액암환자 ‘희망의 끈’ 될까

전 세계 시판된 CAR-T 치료제 단 6개뿐
페프로민바이오, ‘BAFFR’ 표적 CAR-T 치료제 1상 진행
큐로셀 ‘안발셀’, 국산 CAR-T 치료제로 기대 모아
치료제 개발 반가운 환자들…“치료법 없는 경우 새 희망”

기사승인 2023-10-29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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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CAR-T 치료제’ 개발 경쟁…혈액암환자 ‘희망의 끈’ 될까
쿠키뉴스 자료사진

제약·바이오기업들의 ‘CAR-T(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카티) 치료제’ 개발 경쟁에 불이 붙었다. 관련 기업들이 임상시험에서 잇달아 성과를 올리며 주목받는 가운데,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들의 ‘희망의 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CD19항원과 B세포성숙항원(BCMA)을 표적으로 하는 CAR-T 치료제 연구 개발이 한창이다. CAR-T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는 면역항암제다.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에 암세포만 추적하는 수용체 DNA를 주입해 증식시킨 후 다시 환자의 몸속에 넣어 치료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CAR-T 치료제로는 B세포급성림프성백혈병과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 치료제인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있다. 킴리아는 1회 투여 비용이 3억6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약으로, 장기간 치료 없이 한 번의 주사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4월에는 25세 이하의 소아와 젊은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요양급여가 적용돼 환자부담금이 최대 6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어 주목을 받았다.

킴리아가 혈액암 환자들의 희망으로 떠오르자 CAR-T 치료제 기업들도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시판된 CAR-T 치료제는 킴리아를 포함해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예스카타’(성분명 액시캅타진 실로루셀)와 ‘테카투스’(성분명 수캅타진자가류셀)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브레얀지’(성분명 리소캅타진 마라류셀)와 ‘아벡마’(이데캅타진 비클류셀) △미국 얀센과 레전드바이오텍이 공동 개발한 ‘카빅티’(성분명 실타카브타진 오토루셀) 등 총 6개다.

CAR-T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후속 주자들의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면역치료제 전문 기업 페프로민바이오는 ‘BAFFR’을 표적으로 삼는 CAR-T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BAFFR은 B세포의 성숙과 생존에 필요한 물질인 ‘BAFF’를 인식하는 단백질이다. 페프로민바이오는 지난해부터 기존 CAR-T 치료제를 사용했으나 거대림프종이 재발한 환자 2명과 여러 차례 항암 치료를 받았음에도 암이 다시 생긴 환자 1명을 대상으로 ‘BAFFR CAR-T 치료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페프로민바이오에 따르면, 이들에게 BAFFR CAR-T를 투여한 결과 치료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암이 관찰되지 않는 완전 관해 환자가 2명, 부분적으로 사라진 환자가 1명 나타났다. 이런 상태는 6개월이 지난 후에도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페프로민바이오는 오는 2025년 말 임상 2상에 진입하고 이후 2~3년 내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공동으로 제품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CAR-T 치료제 전문 기업 큐로셀의 ‘안발셀’(성분명 안발캅타진 오토류셀)도 기대를 모은다. 큐로셀은 지난 2022년 2월부터 1년8개월간 전국 6개 병원에서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해 안발셀의 내약성과 안전성, 유효성을 평가했다. 중간 결과만 놓고 보면 고무적이다. 지난 6월 스위스 루가노에서 열린 국제림프종학회(ICML)에서 공개된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보면, 임상에 참여한 환자 41명의 완전관해율(CRR, 암이 완전히 사라진 비율)은 71%였다. 기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3종의 CAR-T 치료제가 기록한 40~50%대의 완전관해율에 비해 높은 결과다.

큐로셀은 임상 2상 최종 결과를 내년 상반기에 공식 발표하고, 내년 9월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약 허가를 신청하고자 한다. 이후 허가 예정인 2025년부터 최첨단 CAR-T 전용 GMP(제조·품질관리기준) 공장에서 상업용 제품 공급에 착수할 방침이다. 큐로셀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서면질의를 통해 “지난 2016년 12월 창업한 이후 6년여 만에 국내 최초의 CAR-T 치료제 임상 2상을 종료하고, 내년 최종 결과 발표 뒤 허가와 급여 절차를 거쳐 빠른 시일 내 상업화를 전개할 것”이라며 “국내 CAR-T 시장을 견인하는 것은 물론, 뛰어난 치료 효과로 ‘기적의 항암제’라 불리는 CAR-T 치료제에 대한 연구 개발을 지속해 기존 혈액암 외 고형암에도 작용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큐로셀은 다수의 CAR-T 치료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도 갖고 있다. 큐로셀은 다발골수종 세포에서 주로 나타나는 B세포 성숙항원(BCMA) 타깃의 ‘CRC02’와 T세포 림프종에서 발현되는 CD5 타깃의 ‘CRC03’ 개발 등에 나섰다. 두 파이프라인 모두 비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큐로셀 관계자는 “CRC03 적응증은 T세포 림프종, T세포 급성백혈병으로 해당 적응증은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높은 질환”이라며 “CAR-T 치료제 개발 전문 기업으로서 가장 좋은 약효를 가진 치료제를 공급하는 것으로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은 CAR-T 치료제 개발 경쟁이 반갑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은 “현재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CAR-T 치료제의 적응증과 건강보험 적용 범위는 한정적이다. 여러 치료제가 나오면 그만큼 적응증이 많아지고 더 싸게 접할 수 있을 테니 환자들 입장에서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더 싸고 효과 좋은 치료제가 앞으로 많이 나와서 치료법이 없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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