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회장 ‘외연확장’ 승부수…‘내부통제 부실’은 어쩌나

증권사 이어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
대형 횡령사고, 내부통제 여전히 문제
CEO 경영능력 ‘부족하다’ 지적도 나와

기사승인 2024-06-28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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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회장 ‘외연확장’ 승부수…‘내부통제 부실’은 어쩌나
우리금융 사옥. 쿠키뉴스 자료사진

증권·보험사 인수를 통해 외형 확장에 나선 우리금융그룹의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에서 700억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지 2년 만에 1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재발한 것. 내부통제 사고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외형 확장에 나선 우리금융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이를 위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와 비구속적 양해각서(MOU) 체결을 마쳤다. 앞서 인수한 한국포스증권을 우리종금과 합병해 증권업 재진출을 꾀하고 있는 우리금융은 보험사 추가 인수를 통해 비은행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단,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와 관련해 우리금융은 인수를 협의 중이나 현재까지 매각조건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동양생명․ABL생명도 인수 대상의 하나로서 M&A를 검토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으며,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공시나 보도자료를 통하여 상세하게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형 확장 먼저?…구멍 뚫린 내부통제는

금융감독원은 현재 우리금융의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현장검사 중이다. 이는 우리은행 경남 김해지점에서 약 100억원 규모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년 전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해 구원투수로 등판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했지만, 빛이 바랜 모습이다.

임 회장은 2023년 3월24일 취임 당시 “우리금융의 급선무는 탄탄한 리스크관리 역량을 갖추고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우리금융은 대형 횡령 사고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에 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우리금융을 ‘혁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임 회장의 ‘의지’는 곧 구체화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정기인사에서 내부통제만 담당하는 지점장급 인력 33명을 전 영업본부에 배치했다. 영업본부마다 영업,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지점장을 1명씩 둔 셈이다. 지점장 승진까지 전 직원이 내부통제 관련 부서에서 최소 6개월~1년간은 1번씩 근무하게 했다. 내부자 신고로 금융사고를 막은 경우 지급되는 인센티브도 최대 1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사고가 반복되면서 우리금융은 내부통제에 여전히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번 횡령 사고는 지방 영업점의 대리급 직원 한 명에게 내부통제가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를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와 관련해 19일 “(우리은행 횡령 사고에) 필요하면 현재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게 본점까지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회장 ‘외연확장’ 승부수…‘내부통제 부실’은 어쩌나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CEO 임종룡, 경영능력 도마 위로


반복되는 횡령 사고는 금융관료 출신으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임종룡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마저 불러온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임 회장이 취임한 뒤 총 1년 3개월 동안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9건으로 집계됐다. 개별 자회사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5건(131억4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우리카드 2건(9억 5800만원) △우리금융캐피탈 1건(1억1600만원) △우리금융저축은행 1건(1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 회장 취임 이후 발생한 금융사고 금액(142억원)은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 취임 기간의 금융사고 금액(36억3730만원)이나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 취임 기간 금융사고 금액(65억8560만원)보다 각각 2~3배가량 높다.

실적도 저조하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5167억원으로 2022년(3조1417억원) 대비 19.9% 감소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실적 감소폭이 가장 크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8245억원)도 전년 동기 대비 9.8%(892억원) 줄었다. 경쟁사인 하나금융의 경우 1분기 1조34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강민국 의원은 “취임 직전 해에 626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취임 1년여 만에 105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융사고가 재발한 데다 계열사 4곳에서 9건이라는 금융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것은 임종룡 회장의 내부통제 관리 등 경영능력 부족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최근 M&A(인수합병)를 우려스럽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성과 창출을 위해 M&A를 서두르고 있다는 우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실 우리금융의 포스증권 인수합병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며 “포스증권 인수는 우리금융이 조금 서두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 인수는 현재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감춰진 부실이 많아 향후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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