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 아이 셋 기자의 잔혹한 재택치료[놀이터통신]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일상 회복 ‘성큼’
소아 대면 치료, 여전히 정보 부족

기사승인 2022-04-17 07: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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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시대, 아이 셋 기자의 잔혹한 재택치료[놀이터통신]
소아용 건강관리세트(재택치료키트)에는 체온계와 손소독제, 산소포화도측정기, 종합감기약과 해열제 등이 들어 있다. 소아용 재택치료키트 제공은 지역마다 다르다. 사진=임지혜 기자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습니다. 일상 회복을 향한 첫발에 시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한편에선 여전히 유행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나옵니다. 유행 감소세라지만 여전히 어린이집·유치원·학교에선 확진자가 쏟아집니다. 갑작스레 확진·재택치료 통보받은 가정은 우왕좌왕합니다. 세 아이를 둔 기자가 2주간 겪은 재택치료 경험을 공유합니다. 


4월7일, 도미노 감염의 시작


7일 잠에서 깬 셋째(5세)의 열이 38.5도까지 올랐습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코로나19 감염 전조가 없었는데…. 이틀 전 어린이집 같은 반 원아가 확진됐다는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자가진단키트의 흐릿한 두 줄을 보자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집 근처 이빈인후과에서 신속항원검사(RAT)를 했습니다. 셋째를 제외한 나머지는 음성을 받았습니다. 0~9세 소아 2명 중 1명은 확진된 경험이 있다더니 가장 활동 영역이 좁은 셋째가 제일 먼저 확진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먼저 시청에 소아용 재택치료키트를 신청(지역별 차이)한 뒤 비상식량을 한가득 샀습니다. 주변 기확진자들이 격리 해제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모습을 많이 본 터라 ‘연쇄 감염은 피하자’고 필승을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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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가족 5명 중 1명만 확진됐을 당시 신속항원진단키트(왼쪽)과 고열로 경기도의 한 소아특화전담병원에 입원한 셋째 사진. 사진=임지혜 기자 


4월8일, ‘소아 대면 진료’ 여전히 정보 부족 


자정이 가까워지자 아이 열이 40.5도까지 올랐습니다. 해열패치를 이마에 붙이고 해열제를 교차해 먹였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도 열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열 경기는 없어 119구급대나 응급실을 찾진 않았습니다.

날이 밝자마자 ‘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았습니다.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은 너무 적었습니다. 현재 병원 수(3월18일 기준)는 전국 80곳, 이 중 수도권에 있는 병원은 15곳에 불과합니다. 제가 거주하는 지역에는 단 한 곳도 없고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은 차로 20분 거리였습니다. 

그마저 확진자가 예약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는지 알 지 못했습니다. 24시간 의료상담센터에 문의하자 “대부분 확진자가 대면진료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놓고 있어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과 연락이 닿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웠습니다.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은 포기하고 해열주사라도 맞추기 위해 대면 진료가 가능한 재택치료 외래진료센터에 연락했습니다. 재택치료자가 직접 여러 병원에 전화해 대면 진료가 가능한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몇몇 병원은 ‘대면 진료는 아직 시작 안했다’ ‘아이는 소아청소년과로 가라’고 사실상 진료를 거절했습니다. 외래진료센터인 한 소아과는 “진료는 해도 주사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다시 A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A병원)에 계속 전화한 끝에 어렵게 병원 관계자로부터 “확진자여도 언제든 올 수 있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눈물이 왈칵 나왔습니다.   

고열로 축 처진 아이를 데리고 A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운 좋게 남은 병실에 입원할 수 있었습니다. 신규 확진자수가 60만명대로 치솟는 정점기였던 지난달보단 비교적 병실 가동에 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보건소에서 받은 확진 문자(확진자 등록돼야 치료·입원비 지원)를 확인한 이후 2박3일간의 독방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한 번 확진자와 함께 입실한 보호자는 퇴원 전까지 다른 보호자로 바꿀 수 없습니다. 


4월9일, “감염 막자” 이산가족 되다 


전날부터 몸살감기 기운이 있던 남편이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초등 3, 6학년 두 아이는 음성.

이날 세 사람은 당일 PCR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B대학병원에 검사를 받기 위해 찾았습니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미성년자는 PCR이 불가하다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주말에는 진료가 가능한 소아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처럼 시민들이 진료소 현장을 찾아야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헛수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가족 내 도미노 감염이 현실화되자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자발적 이산가족을 선택했습니다. 셋째 확진 때부터 식사를 따로 하는 등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한 첫째는 할머니댁으로 떠났습니다. 아빠와 접촉이 많았던 둘째와 남편은 각자 방에 격리됐습니다. 현관과 거실 화장실, 둘째가 있는 방을 대형 비닐로 막아 최대한 추가 감염을 차단했습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니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가족원 모두에게 수시로 안부 전화를 했던 탓인지 목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엔데믹 시대, 아이 셋 기자의 잔혹한 재택치료[놀이터통신]
지난 10일 기자도 결국 양성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에 들어갔다. 미확진자인 둘째의 감염을 막기 위해 대형비닐로 생활 공간을 분리했지만 연쇄 감염을 막긴 어려웠다. 사진=임지혜 기자 


4월10일, 오미크론·집안일·돌봄 삼중고 시작


입원 후 이틀 동안 밤마다 속옷과 이불이 푹 젖을 정도로 땀을 쏟아낸 셋째는 증상이 호전돼 10일 퇴원했습니다. 아이는 퇴원 서류를 들고, 저는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격리 통지서를 들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안락한 우리 집은 코로나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두통·미열·인후통·기침·가래 등 각종 증상으로 몸은 안 좋은데 집안일은 끝이 없었습니다. 하루 몇 번씩 식사와 간식을 차리고 치우는 돌밥돌밥이 계속 됐습니다. 추가 감염을 우려해 마스크 두 장을 겹쳐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 요리했습니다. 아이 약을 먹이고, 마른빨래를 개고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몸이 아픈데도 격리 기간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남편도 상황이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4월11~18일, 격리 해제일에 또 확진 ‘멘붕’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격리 기간 이런 일상을 반복했습니다. 13일 셋째가 마침내 7일의 격리생활을 마쳤습니다. 부모 모두 확진인 탓에 어린이집은 갈 수 없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코로나에서 해방됐다는데 감사했습니다.

15일 남편은 격리 해제일을 하루 앞두고서야 머릿속이 맑아진 것 같다고 합니다. 인후통과 가래, 무기력감도 크게 줄었다고 했습니다. 확진 6일차였던 제 증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목소리는 완전히 잠겼고 침을 삼키기 힘들 정도로 인후통이 심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격리 해제일이 다가온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터널 끝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아이 셋 중 둘은 지켰다’고 안도하는 찰나, 아침부터 인후통을 호소하던 둘째가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열이 38도를 넘어서고 근육통까지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소아특화 거점전담병원에 가려해지만 늦은 오후까지 보건소로부터 확진 문자를 받지 못했습니다. 검사 병원과 보건소 관련 부서에 전화했지만, 통화대기와 전화돌림을 겪어야 했습니다. 연일 확진자가 쏟아지는 탓에 보건 의료인력도 쉴 틈 없는 상황임은 이해하지만 부모 입장에선 애가 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청 조직도에서 재택치료 관련 부서를 전부 찾아 연락했습니다. 어렵게 연결된 한 관계자에게 “아이가 고열을 앓고 있으며 입원 가능성이 있으니 확진자 등록을 해달라”고 요청해 확진자 등록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5명 중 4명이 가족 간 연쇄 감염으로 확진됐습니다. 정부가 정한 격리 기간은 7일이지만 릴레이로 감염된 가족을 돌보다 보니 사실상 기간이 배로 늘었습니다. 피로감이 누적된 만큼 증상 호전도 늦어졌습니다.

늘어난 고단함을 털어낼 만큼 안도감이 생긴 것도 아닙니다. 현재 확진 가족 4명 중 3명은 격리 해제됐지만 안심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됐다고 해서 ‘슈퍼 면역’을 얻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직 신규 확진자가 10만명대에 이르고 재감염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신규 변이와 재조합 변이 발생 가능성도 있는 상황입니다.

유행의 정점은 지났지만 여전히 위험 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경계심을 유지해야 합니다.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제 경험이 언젠가 혹시 겪을 수 있는 확진 판정과 재택치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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