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무는 ‘사냥개들’, 악당과 영웅의 운명적 대결”

기사승인 2023-06-15 0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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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업자 무는 ‘사냥개들’, 악당과 영웅의 운명적 대결”
‘사냥개들’ 스틸. 넷플릭스

프로복싱 신인왕 선발전에서 우승한 김건우(우도환)은 어머니 가게를 때려 부순 사채업자 김명길(박성웅)에 맞섰다가 얼굴에 세로로 긴 상처를 입는다. 의사는 “젊은 사람이 얼굴에…”라며 성형수술을 권하지만 건우는 거절한다. 치료비를 내주겠다는 재벌 홍민범(최시원)의 호의도 그는 물리친다. 건우는 말한다. “저는 이 흉터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또 포기하지 않을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냥개들’은 악덕 사채업자 명길과 그를 저지하려는 김건우·홍우진(이상이)의 대결을 그린다. 드라마 제목인 ‘사냥개’는 수금대행업자, 흔히 ‘일수꾼’으로 불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작품은 선악 구도가 뚜렷하다. 명길은 다른 사채업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 금고를 불린다. 프로복싱 신인왕전 결승에서 만나 친구가 된 건우와 우진은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사람들”이라며 명길을 뒤쫓는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꿔주는 최 사장(허준호)과 그가 친손녀처럼 아끼는 차현주(김새론)가 둘을 돕는다.

‘당한 만큼 갚아준다’는 분노를 원동력 삼아 질주하는 다른 복수극과 달리, ‘사냥개들’은 끊임없이 싸움의 명분을 되새긴다. 두 청년을 움직이는 건 선의와 우정이다. 건우는 명길 때문에 삶이 으스러진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한다. 우진은 그런 건우를 못 본 척할 수 없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벌이는 전쟁은 죽이기 위한 싸움이 아닌 살리기 위한 몸부림이 된다. 두 주인공은 거대 악을 물리치려 ‘흑화’하지도 않는다. 최후 전쟁을 끝낸 건우가 울먹이듯 “내가 사냥개가 된 것 같다”고 하자, 우진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면 된다”며 그를 다독인다. 건우를 연기한 배우 우도환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은 장면도 바로 이 대화다.

“사채업자 무는 ‘사냥개들’, 악당과 영웅의 운명적 대결”
김주환 감독. 넷플릭스

동명 웹툰을 각색해 드라마로 탈바꿈시킨 이는 영화 ‘청년경찰’ ‘사자’ 등을 연출한 김주환 감독. 13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사냥개들’은 악당과 영웅의 운명적 대결”이라고 정의했다. “악당과 영웅은 한배에서 잉태돼야 한다”고 믿는 김 감독은 명길과 건우 두 사람 얼굴에 똑같은 흉터를 그려 넣었다. 명길은 ‘내가 아팠으니 너는 더 아파야 한다’고 믿는다. 건우는 ‘내가 아팠으니 너는 아프지 않도록 지켜주겠다’고 말한다. 김 감독은 “좋은 마음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이야길 하고 싶었다”며 “원작에선 어느 지점부터 건우가 파괴적으로 변하지만, 드라마에선 건우를 성실함과 선함의 화신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귀띔했다.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은 코로나19다. 복싱대회 상금으로 집안을 일으키려던 건우의 꿈은 코로나19로 각종 대회가 취소돼 발목을 잡힌다. 명길 등 사채업자를 찾는 이들 또한 대부분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자영업자다. 전염병이 지구를 덮치기 전 연재를 시작한 원작 웹툰엔 이런 설정이 없었다. 김 감독도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땐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전염병으로 인한 아픔이 커지는 상황에 예술은 반대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방향을 틀었다. 건우가 얼굴 흉터를 한사코 지우지 않는 데도 “우리는 재난이 남긴 상흔을 기억하며 성장해야 한다”는 감독의 믿음이 반영됐다.

애초 ‘사냥개들’은 ‘사채업계에 발을 들인 세 젊은이가 거대한 세력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알려졌으나, 현주를 연기한 배우 김새론이 촬영 도중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으며 차질이 생겼다. 김 감독은 사건이 벌어진 뒤 한 달간 “디스크가 터져 가며” 7·8화 대본을 고쳤다. 김새론 분량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작품 홍보 문구도 ‘세 젊은이’가 아닌 ‘두 청년’으로 바뀌었다. 그 사이 우도환과 이상이는 운동에 전념해 근육을 불렸다. “두 사람이 괴물이 돼 돌아와야 한다”는 감독의 당부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연출자로 살면서 체력은 줄고 건강도 잃고 겁은 많아졌다”면서도 “하지만 내 모든 걸 바쳐서라도 이 작품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과 작품을 제작하는 노하우는 늘었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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