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병 커진 학생들…서울 초중고에 ‘예방부터 전문가까지’ 단계별 지원

기사승인 2024-02-14 14: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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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병 커진 학생들…서울 초중고에 ‘예방부터 전문가까지’ 단계별 지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실 속 문제행동 지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교사, 행동중재전문가 등 교육 구성원의 협력을 통한 학생 문제행동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해 학생 한 명 한 명이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오는 3월 새학기부터 서울 초·중·고교에서 정서행동 위기 학생의 학급 지도를 돕기 위해 서울교육청의 ‘행동 중재 전문가’가 학교 현장을 방문해 교사를 지원한다. 전문가 지원 전 교사가 참고할 수 있는 ‘교실 속 문제행동 지도 가이드북’도 제작돼 학교에 보급된다.

서울시교육청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교내 정서행동 위기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긍정적 행동지원(PBS) 방안을 발표했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정서행동 위기학생들을 위한 교육청 차원의 첫 지원 방안이다.

시교육청의 이번 지원 방안을 내놓은 건 정신행동 위기학생과 이로 인한 교실 속 어려움이 늘고 있다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좋은교사운동의 지난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정서행동 위기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경험한 교사는 10명 중 8명(87.1%)에 달했다. 학급 내 정서행동 위기학생이 1명 이상이라고 응답한 경우도 약 90%에 해당했다. 하지만 정서적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효과적인 시스템이 부족하고 교사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지난 2012년부터 특수학교를 중심으로 실행해 온 긍정적 행동지원(PBS)을 2022년부터 일부 학교에 적용해왔다. PBS는 학생의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 행동의 동기를 찾으며 행동중재계획을 수립·수행해 결과를 평가, 학생의 더 나은 행동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시교육청은 이를 통해 △예방적 지원 △전문적 지원 △집중적·개별적 지원 등 3단계 심리정서 분야 정책을 마련해 모든 학교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문제행동 학생과 관련한 갈등 부분을 사법적인 절차나 치료로 가지 않고 (사전에)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사들이 전문 지식도 중요하지만, 생활교육 전문성을 함양하는 것도 중요하다. 회복적 코칭 방법, 긍정 훈육 방법 등이 종합되면서 교사들의 교육 방법이 풍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PBS 적용을 위한 개발에 참여한 좋은교사운동의 문수정 위기학생연구회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당시 문제행동 학생을 언급하며 PBS 도입 후 아이의 행동이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수업시간에 노래를 부르며 수업을 방해했지만, PBS의 대체 행동 개발을 통해 학급에서 아이가 노래를 부를 시간을 마련해주고 칭찬하자 학생의 문제행동이 나아졌다는 것이다. 학기 초 PBS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학부모 역시 자녀가 서서히 달라지는 모습에 만족도가 높았다고 전했다.

PBS 도입으로 인한 교원의 업무 가중 우려에 대한 질문에 구자희 교육청 평생진로교육과장은 “PBS는 교사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는 아니다”라며 “학생이 문제 행동을 일으켰을 때 교사가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해 예방할 수 있도록 교사가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들과 수업을 잘 하고 또래 관계를 잘 형성할 수 있는 학교 교실 분위기를 만들자는데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동의 없이 PBS가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학부모 동의 없이는 지도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아도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교사가 할 수 없을 때 학교장은 긴급으로 학생을 현장에서 빼서 가정학습을 시키도록 강력하게 권고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현재 국회에 학부모 동의 없이 문제 행동 학생이 전문 치료를 받게 하는 법이 상정됐는데, 이 법안이 빨리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음 병 커진 학생들…서울 초중고에 ‘예방부터 전문가까지’ 단계별 지원
서울시교육청은 14일 서울 종로구 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교내 정서행동 위기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긍정적 행동지원(PBS)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임지혜 기자

예방·치료 중점…정신과 의사·임상심리 전문가 등 '전문가팀' 구성


시교육청에 따르면 ‘예방적 지원’ 단계에선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지원에 나선다. △서울PBS누리집 온라인 상담창구 운영 △교원 Wee자문단 운영 △마음EASY선별검사 △관계가꿈 프로젝트 등을 통해 선생님이 학생의 행동을 관찰하고 문제행동 예방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교실 속 문제행동 지도 가이드북’을 제작해 3월말~4월초 학교 현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교사가 쉽게 가이드북을 활용할 수 있도록 초등 교원 및 전문직 직무연수 교육과정을 이달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전문적 지원’ 단계에선 일상적 생활지도에도 문제행동을 보이는 경우, 전문가가 학교 현장을 직접 지원한다. △전문상담기관 연계 위 클래스 △관계조정 전문가 지원 학교폭력 피·가해학생 관계조정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이번에 새로 시도되는 교실 속 PBS 현장지원은 문제행동 예방과 대응을 위해 행동중재전문가가 학교를 방문해 교실 장면을 직접 관찰, 학생 문제행동을 예방하기 위한 행동중재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도록 교사를 지원할 계획이다.

‘집중적·개별적 지원’ 단계에선 학교생활에서의 어려움이 복합적이거나 심각하게 반복될 경우, 분야별 전문가팀이 개입한다. 이를 위해 담임교사 협력에 기반한 학생 맞춤 집중지원을 위한 전문가 중재팀을 구성해 지원할 방침이다. 심리정서 고위기 학생 등을 대상으론 임상심리 전문가, 고위기학생 상담 경험이 풍부한 박사급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마음건강 전문가(네잎클로버를 찾아가는 위기지원단)가 학교를 찾아가 개별 상담을 한다. 아울러 필요에 따라 병의원 연계 및 치료비 지원(1인당 100만원)에 나선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PBS 시범 학교(일반학교 기준)는 13곳이다. 현재 컨트럴타워 역할을 하는 행동중재전문관 4명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학교 안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힘을 기를 수 있도록 교사 대상으로 행동중재전문교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등교사를 중심으로 PBS 직무연수가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약 200명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아울러 행동중재전문교사와 담임 교사를 도와 PBS가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하고, 위기학생을 관찰할 수 있는 긍정적 행동지원가를 퇴직교사 대상으로 양성할 계획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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